영국에서 중앙은행의 현금보관 창고가 털리는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은행강도가 털어간 금액은 무려 2,500만 파운드(약 425억원).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이는 ‘최소액’이라고 말해 피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에선 실제 도난 금액이 영국 사상 최대 금액인 4,000만 파운드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금까지는 2004년 12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한 은행에서 발생한 2,640만 파운드가 최대였다.
23일 BBC 등에 따르면, 6명 이상인 은행 강도들은 영화 장면처럼 치밀하게 ‘작전’을 모의했다.
이들의 목표물은 켄트주 톤브리지의 한 창고. 보안회사 시큐리타스가 경비하는 이 창고에는 영란은행이 발행하는 신권화폐와 런던 남동부 등지 시중은행의 지불준비금이 보관돼 있었다. 창고털이 작전이 개시된 것은 21일 저녁 6시30분. 이들은 먼저 보안회사 매니저를 납치키로 한다.
이를 위해 한 팀은 경찰복장을 하고 볼보 가짜 순찰차에 타고 있다가 매니저 차량을 발견하자, 검문하겠다고 접근해 그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매니저 ‘체포’에 성공한 비슷한 시각, 다른 팀은 역시 경찰로 위장한 뒤 ‘매니저가 사고를 당했다’고 속여 부인과 아들을 납치했다. 가족 살해 위협을 받자 매니저는 결국 강도들에게 협조를 약속했다.
22일 새벽 1시, 은행강도 6명은 매니저, 그리고 돈을 실을 7.5톤의 빈 트럭을 대동하고 현금 창고로 차를 몰았다. 창고 진입에 성공한 강도들은 매니저의 도움으로 현장의 보안회사 직원 15명들을 묶은 뒤 여유 있게 현금다발을 차에 싣기 시작했다. 2,500만 파운드를 트럭에 옮기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이들이 유유히 떠난 다음에야 직원들은 묶은 줄을 풀고 경보벨을 눌렀다. 범인들은 나중에 납치한 매니저의 가족들을 풀어줬고, 범행과정에서 부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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