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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범죄적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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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범죄적 인간

입력
2006.02.2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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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일까. 주변의 잠재적 범죄자들을 미리 알아내 경계하고 싶은 것은 안전한 삶을 희구하는 모든 이들의 본능이다.

이를 처음 체계적으로 연구한 이는 19세기 이탈리아 의사 롬브로소다. 그는 수천 명 교도소 수감자들의 외모를 분석한 끝에 ‘팔이 길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강한 턱에 주전자 손잡이 같은 귀를 한 사람’들을 ‘타고난 범죄자’ 유형으로 결론지었다. 그는 더 나아가 ‘폭력범은 이마가 넓으나 강간범들은 좁고, 방화범은 얼굴이 길고 말랐으나 사기꾼은 광대뼈가 나오고 살쪘다’ 는 따위로 세분화했다.

▦ 범죄성향의 인간을 외양으로 파악하려는 이런 시도는 실증적 반박에 의해 곧 배척됐다. 굳이 엄밀하게 분석하지 않더라도 선량한 내 이웃, 내 가족 중에도 이렇게 생긴 이는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 20세기에 들어서는 영국 사회학자 고링 등에 의해 범죄와 지능 사이의 연관성이 제기됐다. 범죄자들의 지능이 평균적으로 낮으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론이었다. 물론 이 역시 같은 이유로 폐기됐다. 현대의 범죄 연구는 외형적, 신체적 특성이 아니라 사회 환경적 요소와 그에 따른 개인별 정신심리학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아동 성범죄는 어디서든 예전부터 큰 문제였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연 평균 900건이 넘는 강간사건 피해자의 75%가 어린이였다는 기록도 있다. 이는 당시 광범위하게 유포되기 시작한 포르노소설 때문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대 범죄학에선 아동 성범죄자의 특성을 크게 둘로 나눈다. 하나는 유년시절 왜곡된 경험으로 인해 아동에게 특별히 성충동을 느끼는 도착자이며, 또 하나는 열등감과 소외감 무력감 자기비하 등의 성향이 두드러지는 부류다. 어느 경우든 정신분열증 환자거나 최소한 정신병의 경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 아동 성범죄자의 완전 신원공개에서부터 전자팔찌, 주거 제한, 문패 부착, 공소시효 철폐, 집행유예 금지 등 온갖 처벌방안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의 위헌소지는 차치하고도 출구를 봉쇄한 사회적 낙인은 더 심각한 일탈행위를 유발할 위험이 클 뿐 아니라, 아무리 장기 격리시킨들 풀려나는 순간 재범 가능성은 되살아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런 류의 정신병적 범죄자에 대해 치료와 교육을 염두에 두지 않고 중벌(重罰)주의에만 의존하려는 것은 거꾸로 우리 사회를 자칫 더욱 위험한 환경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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