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기밀 문서들이 잇따라 유출되자 이를 조직적으로 흘리는 ‘딥 스로트(deep throat)’ 세력이 외교안보라인 내부에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 등 특정 사안에 대한 문건이 자주 공개되고 있는 점은 문건 유출이 단순히 한 공무원의 실수에 의한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2일 3급 비밀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록 내용을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에게 넘겨준 사람은 외교부 출신의 이종헌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22일 ‘청와대 문건’이라고 주장하면서 공개한 ‘주한미군 지역적 역할 관련 논란 점검’ 이란 문서와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이 공개한 청와대 국정상황실의 전략적 유연성 문건의 유출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잦은 문건 유출의 배경으로는 우선 대미 협상을 둘러싼 강경 자주파와 온건 자주파의 대립을 지적할 수 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가 자주파와 동맹파가 대립하는 시기였다면, 2004년 이후는 강경 자주파와 온건 자주파가 경쟁하는 구도였다.
이종석 당시 NSC 차장을 주축으로 하는 외교 협상팀이 온건 자주파였다면, 외교부 조약국 중심의 일부 외교관과 386세대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강경 자주파였다. 외교부 내에서는 이종헌 행정관 외에도 지난해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권모 상무, 해외공관에 근무 중인 K서기관 등을 강경 자주파로 꼽고 있다.
고위급이 아닌 외교부 자주파들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견제하기 위해 민족자주 의식이 강한 386세대 청와대 참모들의 힘을 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386세대 참모들은 ‘보안’을 강조하며 자신들에게 정보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이 장관에 대해 평소 불편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외교부 자주파들의 주장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따라서 외교부 일각에선 “이 행정관의 문서 유출 배후에는 청와대의 386 참모들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386 참모들은 이종석 장관과 구조적으로 대립 각을 세울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문서 유출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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