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금메달을 땄어요.”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우승의 주역 변천사(19ㆍ신목고)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울음을 터트렸다. “아니다. 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송재근(32) 남자 대표팀 코치도 함께 울먹였다.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최은경(22ㆍ한체대)에 밀려 주종목 1,000m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메달 수호천사’ 변천사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한국 계주팀이 23일(한국시간) 열린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에서 우승했다. 중국과 치열한 경쟁 끝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한국은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이후 올림픽 4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은 금 4, 은 3, 동 1개로 종합 7위를 달리고 있다.
3,000m 계주는 4명의 주자가 111.12m의 타원형 트랙을 27바퀴 달리는 경기. 한국의 4번 주자로 나선 변천사는 16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캐나다와 중국 선수가 경쟁하는 틈을 타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7바퀴를 남기고 에이스 진선유(18ㆍ광문고)가 캐나다 선수와 살짝 충돌하면서 2위로 처졌다. 한국의 위기를 틈타 중국은 선두를 되찾았고, 이때부터 한국과 중국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쟁이 펼쳐졌다.
변천사는 4바퀴를 남기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중국 선수의 바깥쪽을 내달려 선두를 탈환했다. 이어 전다혜(23ㆍ한체대)와 진선유가 끝까지 1위를 지켜 한국은 올림픽 4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1,500m에서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돼 동메달을 놓친 변천사는 동료들과 태극기를 휘날리며 빙판을 돌았다. “1,500m에서 동메달을 놓치고 많이 울었다”는 변천사는 “부모님이 속상해 하실까 걱정했는데 금메달을 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변천사는 “1,000m에 출전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을 흐렸다. 변천사는 1,000m 만큼은 한국 최고. 2005~06 월드컵 종합순위도 에이스 진선유(10위)보다 높은 2위다. “(최)은경 언니가 내 몫까지 뛰어주길 바란다”는 변천사는 “집에 가져갈 금메달이 생겨서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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