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초등생 성추행 피살 사건 이후 연쇄 성폭행 범죄가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관계 부처들이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한 박자 늦었고, 경찰은 사건 관할에 얽매이는 바람에 효율적인 공조 수사 체제를 외면하고 있다. 뒷북 행정과 허점 투성이 수사에 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달 5일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서 30대 남자가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들어가 이 여성을 성폭행하는 등 최근 2달 동안 연쇄 성폭행으로 보이는 사건이 네 차례나 잇따랐다.
인천에서는 2004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혼자 놀고 있는 어린이를 유인해 성폭행한 사건이 5건이나 일어났다.
2004년부터 최근까지 대전 천안 경주 대구 등 전국을 무대로 한, 동일범의 짓으로 보이는 성폭행 사건 14건이 있었고, 서울 서대문ㆍ마포 주택가에서도 지난해 초부터 올 초까지 동일범에 의한 12건의 연쇄 성폭행이 확인되는 등 연쇄 성폭행 범죄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반면 성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삐걱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폭행의 경우, 범인이 이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커 범행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즉각 연쇄 범행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웬만해서는 관할이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연결시켜 공조 수사를 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5건이 잇따른 인천 아동 성폭행 사건에서처럼 마지막 사건이 발생한 지 8개월이 지나서야 동일범에 의한 범행임이 확인되는 일이 생긴다.
서대문ㆍ마포 지역에서 일어난 연쇄 성폭행 사건의 경우 지난해 7월과 8월 관할경찰서 별로 각각 외모가 판이하게 다른 몽타주가 만들어졌다. 이 사건들은 한달 뒤인 9월에 DNA 분석으로 동일범의 소행임이 확인됐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몽타주는 2장이다. 수사본부도 서대문서와 마포서에 따로 차려져 있다.
경찰이 검ㆍ경 수사권 독립, 수뇌부의 공백 등으로 최근 민생치안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농민 시위 과잉진압 논란과 이에 따른 경찰 수뇌부의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서 근무기강이 해이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32)씨는 “어린 자식을 가진 부모가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겠느냐”며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게 성폭행인 만큼 경찰이 연쇄 살인 사건을 대하듯 철저한 수사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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