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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경제를 보는 몇 가지 시선

입력
2006.02.2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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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강연, 기고, 칼럼 등의 형태로 내놓는 우리 경제 진단과 처방을 보면 치열한 내부 학습이나 자기 확신 및 설득의 산물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논리는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정권 출범 초부터 경제위기론에 시달리며 단기부양책의 유혹과 압박을 받았으나 중ㆍ장기적 안정정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결의와 원칙을 지켜 마침내 우리 경제를 탄탄한 성장궤도에 올려 놓았다는 게 첫째다. 둘째는 업적의 나열이다. 내수침체의 주범이었던 신용불량자 문제의 획기적 개선, 국제 신용평가회사의 한국신용도 재평가, 사상 최고의 주가, 국토의 상생 생태계를 조성한 행정도시ㆍ혁신도시 건설 착수, 19년 동안 표류해온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문제 해결 등 목록은 장황하다.

셋째는 ‘위기 국면의 재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금은 ‘우리 사회에 내재된 본질적 과제’인 양극화와 저출산ㆍ고령화 문제에 메스를 들이댈 시점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TV연설과 회견에서 새로운 전략과 재원발굴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공론화된 이 문제는 이제 ‘비정한 사회’ ‘승자독식의 카지노 경제’ 등의 감성적 언어로 덧칠되면서 정치사회적 이데올로기적 공세의 수단으로 치달은 상태다. 넷째는 이 연장선상에서 언론계 학계 정치권 등의 기득권층 혹은 지식집단의 저항과 책임회피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강팍한 논리전개는 복잡한 경제현상을 자기 편의적으로 단순화하는 경향을 낳게 된다. 이미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끝난 1960~80년대의 개발전략을 느닷없이 끄집어내 ‘압축성장과 양극화는 불균형 성장이 낳은 이란성 쌍둥이’라고 매도한 청와대 홈페이지의 기획물은 이런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양극화의 해법을 찾는 논의공간에서 참여정부 3년의 정책방향과 성과가 의문시되자, 돌연 양극화의 뿌리를 찾겠다며 이름마저 가물가물한 ‘서강학파’의 유산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낯뜨거운 짓이다.

단언컨대 이런 식의 발상과 사고로는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얼마 전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우리 경제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하기에는 정부와 사회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에 아마추어적 사고와 행동에 젖은 사람들만 포진해 있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한 것은 흘려 들을 말이 아니다.

이 점에서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가 한 칼럼에서 “경제에 관한 한, 하나의 목표에 다양한 수단이 존재하며 하나의 수단은 다양한 목표에 영향을 미친다. 아마추어들의 세상에서나 하나의 목표와 하나의 수단이 서로 대응할 뿐이다”고 지적한 것은 매우 유용하다. 부동산 대책이든 세금문제든, 목표와 수단 간에 무수한 논리조합이 존재하는 만큼 비용과 편익, 기회비용과 부작용 등을 끊임없이 따져야 하는데 이 정권은 ‘강남 집값만 잡으면 부동산문제는 끝’이란 식으로 너무 가볍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칭찬을 아끼지 않은 국민경제자문회의 보고서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에 나와 있는 몇 대목도 흥미롭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정책의 결과이지 목표는 아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으므로 인위적인 일자리 지원보다 경제주체들의 자발성이 최대한 발휘되고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환경 마련이 중요하다. ”

국민들이 채점한 참여정부 3년 성적표는 정권의 자화자찬과 달리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들만의 시선을 거두고 경제를 정치게임의 틀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소수권력이라는 강박증과 시대적 소명이라는 도취감에 언제까지 갇혀 있을 셈인가.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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