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문건이나 유출하는 청와대 행정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문건이나 유출하는 청와대 행정관

입력
2006.02.27 02:31
0 0

심각한 논란을 야기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밀문서의 유출 당사자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의 행정관이었음이 밝혀졌다. 청와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지경임을 보여주는 일이다. 대미외교를 둘러싼 이른바 동맹파_자주파의 노선 싸움, 실용자주파에 대한 강경자주파의 견제라는 갈등구조의 일단도 드러난 셈이다.

문서를 유출한 행정관은 외교관 출신으로 자주파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외교부에서 공개적으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을 정도로 열렬한 ‘노사모’였다. 그는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NSC사무차장 시절 실용적 입장에서 주도해온 주한미군기지 이전협상과 전략적 유연성 협상을 굴종적인 대미저자세 외교라며 줄기차게 비판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업무 참고용’으로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부터 기밀문서를 건네 받아 특별한 의도 없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에게 보여주었을 리는 만무하다. 문서유출시기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대미 실용파’ 이종석 장관 내정자를 견제하려는 고의적 유출이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대미외교와 관련한 자주_동맹파 갈등이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전혀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것도 맞지 않다. 대미외교 방향을 놓고 신념과 의식이 다른 구성원들이 견해를 달리할 수는 있으나 내부 토론과 검토를 거쳐 결론이 나면 여기에 따르는 것이 순리다. 그럼에도 문서유출 등 비정상적 방법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수 차례 표출됐던 내부 갈등의 뿌리를 뽑지 못하고 영이 서지 않은 채 방치한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 노선 갈등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국가기밀문서 유출 사태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문서 유출에 고의성이 없어 보인다며 파장 축소에만 급급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어서는 문서유출 사태의 바탕에 도사린 문제의 심각성이 해소되기 어렵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