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재범 방지 대책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자팔찌부터 야간 금족령, 신상공개 강화 등을 비롯해 심지어 ‘화학적 거세’라는 극단적 처방까지 흘러나온다. 시민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 관련 정부 기관이 앞다퉈 강공책을 내놓고 있다.
이중처벌 등 우려의 목소리는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다. 최근 초등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50대 용의자가 성폭력 전과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터져 나온 사회적 공분(公憤)에 따른 것이다.
청소년위원회는 21일 2006년 업무계획에서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는 초범의 경우에도 사진과 구체적인 주소 등 세부적인 신상을 공개해 지역 주민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범죄자에 대한 고소 기간(현재 1년) 및 공소시효(7년)를 철폐하는 방안도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청소년위의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 대책’은 지난해 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 등 인권 단체의 “가해자 인권침해 우려” 지적에 따라 한발 물러섰던 방안이다.
당시 청소년위는 피해 청소년 및 가족과 청소년 관련 교육기관(사설학원은 제외)의 최고 책임자만 성폭력 재범자에 한해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절충안을 마련했다. 절충안은 올해 6월30일부터 시행된다.
청소년위는 최근 성폭력 범죄에 대한 분노 여론 때문에 당초의 강경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늑장 공개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현행 신상 공개 개선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실제 이번 초등학생 살해 용의자는 지난해 7월 성추행을 저질렀지만 6개월마다 신상 공개가 이뤄지는 터라 지난해 12월 9차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영희 위원장은 “성범죄 발생 이후 신상 공개, 정보 등록 등의 조치까지 1년 이상이 걸린다”고 시인했지만 개선책에 대해선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각계 각층에서 내놓은 처방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화학적 거세’는 제외하더라도 전자팔찌와 야간 금족령 역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용의자의 가게에서 벌어진 이번 초등학생 살해 사건만 봐도 전자팔찌와 야간 금족령은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초범자 교육, 성범죄 처벌 강화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평균 1년으로 정해진 성범죄자에 대한 양형 기준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재범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무조건 때려잡기’ 식 처방보다 합리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단발성 대책보다는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피해자와 가해자의 인권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전자팔찌 등 외국 사례를 그대로 도입,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일률적인 처벌보다는 정신적 치료 등 다양한 재발방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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