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공영 SBS TV가 15일 2003년 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의 아부 그라이브 포로 수용소 재소자 학대 장면을 찍은 미공개 사진 40여 장을 방영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CBS 방송이 2004년 학대사진을 공개했으나 이번 사진은 장면이 더 심각하다. 분뇨로 얼굴과 몸이 더럽혀진 재소자, 발가벗겨진 채 나란히 서서 자위 행위를 강요당하는 남자 , 피범벅이 된 감옥 바닥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모습, 중앙정보국(CIA)의 심문을 받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인 시신,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이라크 인이 벽에 자기 머리를 부딪치며 자해하는 장면 등 훨씬 충격적이다.
SBS 마이크 커레이 책임프로듀서는 “미공개 사진 수 백장을 입수했지만 나머지는 너무 사실적이고 끔찍해 공개하지 않았다”며 “사진 출처는 알릴 수 없으나 미 시민단체 시민자유연맹(ACLU)이 행정소송을 통해 미 정부로부터 입수하려던 사진들”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아부 그라이브 포로 학대 진상 조사 과정에서 미 정부는 언론이 공개하지 않은 학대 사진 상당 수를 확보했지만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공개를 거부해 왔다. 학대를 주도한 헌병중대 찰스 그래너 상병은 징역 10년, 여군 린디 잉글랜드 일병은 징역 3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미국 정부는 마호메트 만평과 영국 언론의 이라크 청소년 구타 사건으로 극히 악화한 이슬람권 여론에 이번 사진 공개가 기름을 붓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교사로 일하는 하난 아디브(34)는 “합당한 이유 없이 고통 받는 동포의 모습에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며 분노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사진이 매우 당혹스럽다”며 “즉시 조사가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험난한 이라크 주권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번 사진 공개로 또 한 번 정당성에 타격을 받게 됐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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