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품에 안길 것인가.
이란 핵 개발 등 중동 판세가 급박하게 흘러가는 와중에 마호메트 풍자 만평 폭풍이 유럽을 휩쓸자 이스라엘을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문제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14일 올 봄 이스라엘이 나토와 반 테러 정보수집, 군사협력 등의 분야에 관한 협력 사업을 개시하는 것을 계기로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만평 문제에 대한 이슬람권 전체의 격렬한 반응을 계기로 중동을 지역 문제가 아닌 문명(충돌)의 문제(위협)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상당수 무슬림 이민자들이 유럽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점도 이런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의 분수령이 될 이란 핵 문제의 해결 지연, 팔레스타인 하마스 정권 출범에 따른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 고조 등도 현재 사안별로 협조관계를 이뤄온 나토_이스라엘간 위상을 재고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기에 냉전 구조 해체 이후 구 소련이라는 주적을 잃은 뒤 정체성 위기를 겪는 나토의 진로 고민도 적지않은 변수이다.
현재 나토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지역적 안보위협이 아닌 테러 위협, WMD 확산 방지, 평화유지군 활동 등에서 찾고 있다. 이를 위해 회원국의 범위를 유럽으로 한정하지 말고 전세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스페인 총리는 최근 “나토가 전세계적으로 테러 방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본 호주 이스라엘 뿐 아니라 인도까지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과 친미성향의 유럽 인사 사이에서 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의 세 확산은 시간 문제인 듯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나토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산적해 있다. 나토의 지역적 한계를 무너뜨릴 경우 군사동맹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프랑스 등의 반발이 아직 거세다. 군사력 투입에 제약이 많은 역외 국가의 회원가입은 나토 자체의 군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스라엘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경우 전 아랍국가의 집단 반발을 살 우려도 농후하다.
이스라엘 내부 분위기는 전통적으로 반 유대주의가 강한 유럽을 의심하면서도 나토 가입 자체에는 긍정적이다. 미국은 이 문제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등 물밑에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가입이 가시화할 경우 일본 인도 호주 등의 나토 가입문제도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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