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위해 스케이트 선수의 꿈을 포기한 오빠를 위해서라도 꼭 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대주 이상화(17ㆍ휘경여고)가 0.17초 차이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1차 시기 첫 곡선주로에서 잠시 중심을 잃으면서 주춤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오빠 몫까지 달리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상화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상화는 오빠 이상준(20) 씨와 함께 초등학교 시절 함께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IMF시절인 지난 1998년. 오빠 상준씨는 “집안 사정이 어려운데 나 때문에 동생의 꿈을 포기 시킬 수 없다”며 운동을 포기했다. 이상화는 토리노로 떠나기 전에 “오빠를 위해 꼭 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했고, 상준씨는 “내 몫까지 열심히 뛰어달라”며 상화의 등을 두드렸다.
15일 새벽(한국시간) 토리노 오발 링고토 빙상장.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출전한 이상화는 합계 77초04의 기록으로 5위를 차지했다. 동메달의 주인공 중국의 렌후이(76초87)에 단 0.17초 뒤진 것. 금메달은 러시아의 노장 스베틀라나 주로바(34ㆍ76초57)가 차지했고, 은메달은 중국의 왕만리(76초78)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상화는 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500m에서 5위를 차지한 유선희와 함께 역대 한국 여자 선수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냈다.
이상화는 경기 후 집에 전화를 걸어 “속상하다”며 울먹였다. 이상화는 “1차 시기에서 넘어질 뻔해서 기록이 좋지 않았다”면서 “2007년 장춘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빠 상준씨는 “5위도 한국 여자 선수 가운데 최고가 아니냐”며 “상화가 다음 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알파인 스키 복합 활강에서 ‘깜짝 우승’한 테드 리게티(21)의 활약에 힘입어 금 5, 은 2개로 15일 오후 9시 30분 현재 종합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러시아는 금4, 은3, 동2개로 미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고, 한국은 금1, 은1, 동1개로 캐나다와 함께 공동 8위를 달리고 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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