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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서 가장 바쁜 직업은 유리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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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서 가장 바쁜 직업은 유리장사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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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폭탄테러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첩보위성 등으로 무장한 미군이 아닌 유리 장사들이다.

교통 경찰보다 견인차 운전사들이 사고 냄새를 먼저 맡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17일 바그다드의 한 유리수리공을 통해 이라크 상황을 짚어봤다.

바그다드 부유층 거주지역에서 유리점을 운영하는 라이스 안트완은 동료들과 함께 하루 20시간 정도를 일한다. 그는 “폭발이 난 후 15분이 채 안돼 우리는 현장에서 줄 자로 치수를 재고 유리를 간다”며 “추운 요즘에는 빨리 유리창을 넣어줘야 하기 때문에 더 빨리 움직인다”고 말했다.

자폭 공격 등이 지난 후 몇 시간 만에 반경 50㎙의 상점과 가옥의 유리창이 말끔히 교체된 것을 보면 누구나 놀란다고 자랑했다. 지난주 바그다드 시내에서만 433회의 폭발이 발생했으니, 이들이 얼마나 바쁠 지 능히 짐작된다. 유리수리공 만큼이나 잘 나가는 직업으로는 장의사와 발전기수리공들이다.

24년째 유리를 갈아온 안트완의 전쟁 회고는 이라크인들의 절망을 상징하고 있다. 2003년 3월 전쟁이 터진 후 반년이상 그는 일손을 놔야 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서진 집과 유리창을 고치려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2003년 가을부터 2004년 여름까지 호시절이 찾아왔다. 종전과 안정을 기대한 시민들이 일제히 가옥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꿈은 2004년 가을부터 산산히 부서졌다.

이라크 저항세력과 미군 간에 끊임없는 폭탄공격과 박격포 공격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물론 안트완은 이때에도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지난 2년간의 암울함을 생각할 때 내가 할 일이 없어져도 좋으니 공격과 살상이 중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라크 민초들은 사람답게 살수 있는 안정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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