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이면 할리우드는 묘한 긴장에 휩싸인다. 아카데미 수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만이 아니라 악명 높은 골든 라즈베리(Golden Raspberry) 시상식이 열리는 탓이다.
‘안티 아카데미’를 내걸고 최악의 영화, 최악의 배우를 뽑는 이 상은 1980년 작가 겸 프로듀서 존 윌슨의 장난기로 시작됐으나 이제는 아카데미의 딸림 행사처럼 인식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라즈베리(나무 딸기)는 미국에서 야유 소리, 혹평의 뜻으로도 쓰인다.
케이블TV 액션 채널 수퍼액션은 올해도 어김없이 아카데미 전야인 3월 4일 열리는 26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을 앞두고, 20~25일 오전 11시 역대 수상작 특집을 방송한다. ‘최악’이란 수식어가 붙었지만 흥행 참패작이 아니라 제작진과 배우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 했거나 흥행 성적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 영화들이다.
20일에는 1986년 제작된 동명의 SF 명작을 리메이크한 팀 버튼 감독의 ‘혹성 탈출’(2001)이 방송된다. 1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에 값하는 흥행 성적을 올렸으나 22회 시상식에서 최악의 리메이크상, 최악의 남녀 조연상(찰톤 헤스톤ㆍ에스텔라 워렌) 3관왕에 올랐다.
21일에는 브래드 피트, 톰 크루즈가 최악의 커플상을 받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가 안방을 찾는다. 이어 브루스 윌리스에게 최악의 남우 주연상을 안겨준 ‘아마겟돈’(22일), 최악의 여우 주연상이라는 불명예를 안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스크린 데뷔작 ‘크로스로드’(23일), 브루스 윌리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작품상을 피하지 못 한 ‘컬러 오브 나이트’(24일), 비교적 호평을 받았지만 최악의 여우 조연상(데니스 리처드)으로 오점을 남긴 ‘007 언리미티드’(25일)가 차례로 방송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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