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정동영 체제를 출범시켰다. 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정 의장은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집권 여당의 의장직을 맡게 됐다. 그 동안 관리형 과도체제로 운영돼왔던 열린우리당이 정 의장 체제의 재 등장으로 힘있는 여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정 의장 체제의 앞날이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당장 100일 앞으로 다가온 5ㆍ31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당 안팎의 도전에 의해 정 의장의 지위가 크게 흔들릴 개연성이 높다. 바닥을 헤매고 있는 당 지지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린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정 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여당의 새 지도부가 목전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무리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보다는 왜 당의 지지도가 한나라당의 반토막에 지나지 않게 되었는지, 왜 최근의 재ㆍ보궐 선거마다 참패하는지 그 이유를 진지하게 되돌아 보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전당대회가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리그에 머문 이유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정동영 의장은 강한 여당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의 호응을 받는 강한 여당이 말이나 구호로는 얻어질 수 없다. 추상적인 개혁을 말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정 의장은 5대 양극화 해소 특별본부 설치 등을 약속했지만 실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해진다.
정 의장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과 날카롭게 각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야당과 분명하게 차별화한 정책을 내세우는 것은 좋으나 정쟁을 위한 정쟁은 삼가야 한다.
지방선거 경쟁력을 위해 신망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영입하려는 노력은 바람직하지만 승리만을 위해 무원칙하게 특정 인물 영입에 매달리는 것도 여당다운 모습은 아니다. 집권여당의 새 지도부는 국민의 얼어붙은 마음이 풀릴 수 있게 할 방안이 무엇인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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