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 과제는 조직 융합과 글로벌 은행으로의 도약입니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3, 4가 되는 통합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15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통합 신한은행장으로 선임된 신상훈(58) 행장이 16일 기자들을 만났다. 그가 내놓은 취임 일성은 조직 안정을 통한 성장. 언뜻 들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말 같지만 그의 인생 역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벼이 흘려 들을 수 없는 무게가 실린다.
그는 금융권에서도 대표적 자수성가형으로 꼽힌다.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상고를 졸업한 뒤 바로 말단 행원생활을 시작한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은행을 다니며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2년 신한은행 창업멤버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뒤 비서실 과장을 거쳐 자금부장, 영업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일본 오사카 지점장 시절의 일화 하나. 현지 폭력조직인 야쿠자 쪽에 연체 채권을 받으러 나섰다. 야쿠자는 만남조차 거부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5~6시간씩 기다리다 발길을 돌리길 수 차례. 줄기차게 찾아와 정당한 요구를 하는 그에게 결국 야쿠자는 채권을 내줬다. 웬만한 신념과 배짱 없이는 힘든 일이다. 39세에 신설 점포(서울 영동지점)의 초임 지점장으로 부임해서는 첫 해 전국 지점 영업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말단 직원에게도 ‘형님’이라고 불리길 좋아할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스스로에겐 징그러울 정도로 철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그가 추진하면 반드시 실현된다는 믿음이 은행 내에서는 무척 강하다.
통합 은행장에게는 영광 만큼이나 난제도 많다. 당장 신한과 조흥 출신 직원들의 화학적 결합도 문제다. 숱한 합병은행들이 조직원 간의 반목으로 진통을 겪었다. 그는 조직 융합의 복안을 묻자 원칙론으로 답했다. “통합을 안 했다면 어떠했을까 묻고 싶습니다. 글로벌화 추세에 그렇고 그런 은행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직원들에게 길고 넓은 시야로 봐 줄 것을 부탁하겠습니다. 단, 차별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는 “통합에 따른 점포폐쇄는 없으며 오히려 점포를 170개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감원으로 지출을 줄이는 것보다 늘어난 인력으로 영업에 힘을 쏟아 활로를 찾겠다는 포석이다.
우리금융과 경쟁 중인 LG카드 인수도 문제다. 결과에 따라 은행권 판도가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관심이 있다.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도 나고 그룹위상도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가격이 상당히 올라있어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는 모든 것에 앞서 먼저 국내의 ‘리딩뱅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리딩뱅크는 “자산이나 이익규모도 중요하지만 여러 면에서 다른 은행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고객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은행”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과 조흥은행의 통합으로 국내 은행업계는 지난해 4강(국민ㆍ우리ㆍ하나ㆍ신한) 체제에서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과 LG카드의 인수합병(M&A)은 은행권 판도를 바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 행장의 좌우명은 ‘처음처럼’이다. 집무실 벽에 걸어놓고 매일 아침 다짐한다고 한다. 24년 전 새 은행 창설멤버로 출발해 109년 역사의 조흥은행을 아우른 저력이 거대 통합은행의 미래에도 ‘처음처럼’ 적용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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