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한 쪽 구석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춘곤증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증세가 아니다. 봄볕을 맞으며 단잠을 자는 강아지는 ‘개의 봄맞이’를 떠오르게 한다.
사람들이 묵은 겨울을 털어내며 봄을 맞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에게도 계절의 준비가 필요하다. 명실상부 ‘개의 엄마, 아빠’로 불릴 자격이 있는 베테랑에게야 상식이지만, 이제 막 새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튼튼동물병원 이인기 원장과 함께 애완견의 봄 채비를 꼼꼼하게 점검해 봤다.
▦ 검사와 접종
사단법인 한국애견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해 애견 수는 330만 마리이고 올해에는 350만 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숫자가 많아질수록 조심해야 할 것이 병. 서로서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애견이 아프면 처음에는 안쓰럽지만 너무 자주 아프면 정이 식을 수도 있다.
광견병과 심장사상충 예장접종이 가장 중요하다. 광견병은 사람에게까지 해를 주는 것으로 예방접종은 필수. 주로 4월에 한다. 필라리아(Filaria)라고도 불리는 심장사상충은 모기에 의해 감염돼 개의 심장에 사는 기생충. 개 6마리 중 1마리에 기생할 정도로 흔하고 3, 4기가 되면 회복 가능성이 적어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면 95% 이상 회복이 가능하다. 복수가 차거나 기침이 나오고, 피오줌을 누면 이를 의심해 봐야 하는데 미리 검사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필라리아 접종은 모기가 출현하는 5월 이후에 주로 한다. 그러나 요즘 도시 모기들은 계절이 따로 없어 항상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상승하면 귀 진드기, 옴 진드기, 벼룩 등 기생충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특히 옴 진드기 등은 사람에게도 해를 줄 수 있어 확실히 예방해야 안전하다.
▦ 청결 관리
기온과 악취는 함께 오른다. 악취는 샤워만 자주 시킨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다. 냄새의 주범인 항문낭, 귀, 눈물, 입, 발 등 5개 부위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샤워는 1주일에 한번이면 충분하다. 항문 양 옆에 붙은 사탕만한 항문낭은 3주에 한번씩 샤워 전 손으로 여드름을 짜듯 짜 주도록 한다. 귀 청소는 샤워 후 면봉으로 한다. 고막을 건드리지나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개는 귀 통로가 직선이 아닌 ‘ㄴ’자 모양이라 면봉을 막힌 부분까지 집어 넣어도 안전하다. 귀 청소를 안 해주면 염증도 생기고 지독한 냄새가 난다.
평소에 눈물이 많은 개는 검진을 받아 교정해줘야 한다. 눈물 양이 평균보다 많으면 눈 주변이 갈색으로 착색 되고 냄새도 난다. 개는 충치가 안 생기는 대신 치석이 생기고 입 냄새도 많이 난다.
매일 잇몸에 치약을 꼭 발라줘야 한다. 개는 발바닥에만 땀샘이 있다. 신발을 신기면 땀이 차서 족세균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으니 맨발로 다니게 하는 것이 좋다.
▦ 털 관리
봄부터 초여름 사이에는 털이 많이 빠진다. 무슨 병이 생겼나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상이다. 이것이 바로 봄, 가을에 하는 털갈이. 봄이 되면 개는 겨우내 입었던 두툼한 옷(털)을 벗는다.
틈날 때마다 브러시로 빗질해 피부를 적당히 자극해주는 것이 좋다. 털 손질을 하면 털을 빗겨주는 효과도 있지만 털 사이로 공기가 잘 통해 피부병도 예방된다. 빗질을 하면서 피부병이 있는지도 꼼꼼히 체크하자. 인위적으로 털을 깎아주기도 하나 필수는 아니고 털이 잘 나게 도와주는 피부영양제를 발라주는 것은 괜찮다.
▦ 최상의 컨디션 유지하기
낮은 개가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기온을 보이지만 일교차가 커 밤과 새벽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특히 갓 태어난 어린 강아지, 노령견, 쇠약한 개 등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개에게 적당한 온도는 섭씨 20도 내외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체력과 체온을 유지시키는 에너지의 소모가 줄어든다. 살이 찔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개는 살이 찌면 몸이 둔해지고 둔해지면 살이 더 찌게 된다. 지방의 양을 줄이고 단백질도 겨울철의 80%로 조정해 식단을 짠다.
이 원장은 “외모관리, 맛있는 음식 챙겨주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관리”라며 “옴이나 회충 등 사람에게 옮겨 피해를 주는 것도 많기 때문에 비용이 들더라도 예방접종을 시키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 애완견과 함께 가볼만한 카페
‘친구랑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고 싶은데 개 때문에 못한다?’ 이것도 옛날 얘기다. 애완견 카페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친구도 만나고, 그곳에 온 사람들과 애완견 정보도 교환하고 일석이조. 가볼 만한 카페를 찾아본다.
▦ '이글루', 서울 강남구 청담동 99-21 (02)511-0980
애완견 카페 중 제법 이름이 알려진 곳. 일단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양한 개들이 카페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개들의 무단 외출을 방지하려고 자동과 수동 이중으로 문을 만들어 놓았다. 직원들은 개들이 바닥에 떨어뜨리는 각종 분비물을 바로 바로 치워 깔끔한 편이다. 개들이 돌아다니기 좋게 아기자기한 장식은 없고 단조롭다. 개들을 위한 음식과 음료가 제공되고 미용과 간단한 건강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시설도 준비돼 있다.
▦ '도그스', 서울 강남구 논현동 180-2 (02)517-2202
작년 4월에 오픈한 ‘도그스’는 검정 소파에 유리테이블로 꾸며 심플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낸다. 공간은 넓은 편.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개들의 다양한 간식류를 판매하고 미용실도 딸려 있어 친구들과 수다 떠는 동안 털 정리나 목욕을 시킬 수 있다. 개들을 훈련시키는 유치원, 잠깐씩 맡기는 호텔도 마련돼 있으며 호텔 이용객에게는 픽업서비스까지 제공한다.
▦ 클럽 아카, 경기도 남양주시 팔당리 (031)577-0904
미사리 건너편에 있는 이 카페는 도심 속 애견 카페들과는 달리 400평 규모의 잔디밭이 있어 개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다. 주말에 야외로 나가는 애견 주인들이 들러 보면 좋은 곳. 강아지 증명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포토이벤트도 한 달에 한번씩 개최한다. 미용샵과 유치원, 호텔 등이 마련돼 있으며 차와 음식, 개 영양식 등이 메뉴로 준비돼 있다.
조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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