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을 앞두고 KT&G와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측간의 기싸움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칼 아이칸 측은 지난 14일 감사위원을 집중투표 대상에서 제외키로한 KT&G 이사회 결의에 반발하면서 법정 공방까지 시사하고 있다.
반면, 곽창균 KT&G 사장은 17일 칼 아이칸 측 주장을 일축하면서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위임장 확보에 돌입하는 등 불퇴전의 결의를 천명했다.
KT&G는 이날 20일부터 주총 예정일인 다음달 17일까지 위임장 확보를 위한 주주 권유를 실시키로 하고 관련 서류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KT&G는 내주부터 개별 주주들에 대한 접촉에 나선다.
이에 앞서 곽 사장은 미국에서의 기업설명회(IR)에서 “KT&G는 상법 등 국내법에 따라 일반사외이사 2명만 주주총회 집중투표로 선임하기로 한 것”이라며 집중투표제에 따른 주총 표결로 사외이사 6명 전원을 선출할 것을 요구한 아이칸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KT&G 이사회는 14일 2명의 일반 사외이사만 집중투표제에 따른 표결로 선출키로 하고, 감사 겸임 사외이사 4명은 집중투표 없이 확정키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낸 아이칸 측은 전체 사외이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적용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곽 사장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일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인 사외이사의 선임건을 별도 안건으로 처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아이칸 측은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하지 않았다”며 “아이칸 측이 국내법 및 시장 관례를 잘 못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곽 사장은 아이칸 측의 요구에 대한 공개답변서에서도 “반대주주들(아이칸측)도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고 공허한 수사와 과장을 삼가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며 공세의 날을 세웠다.
반면 아이칸 측은 집중투표제가 아닌 상황에서는 각각의 후보를 따로 추천해도 법적 문제가 없지만, 집중투표제 하에서는 일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사외이사 모두 집중투표제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추천과정에 관한 양측의 주장 가운데 당장 어느쪽이 맞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이칸 측이 KT&G 이사회 결의사항 변경을 위해 3월 주총 이전에 법률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칼 아이칸이 KT&G와 동시에 공격에 나섰던 타임워너에 대한 분할 시도를 포기했다고 보도해 향후 KT&G 사태의 향방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아이칸은 최근 타임워너 분할 시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으며, 14명으로 구성된 타임워너 이사회에도 5명의 이사만을 내세울 예정이다. 타임워너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8석의 이사회 의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 장악 전략을 철회한 것이다.
타임워너 주식 3%를 보유하고 있는 아이칸은 이달 초 타임워너 경영진 전원교체 및 케이블, 출판, AOL, 엔터테인먼트 등 4개 회사로의 분할,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었다. 아이칸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주주들이 타임워너 주가를 끌어 올려야 한다는데 동의하면서도 기업분할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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