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가마 밥솥으로 유명한 부방테크론 하면 ‘대한민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이 회사 리빙사업부 김성태(48) 대표이사 전무를 보고 처음 떠오른 것도 바로 ‘뚝심으로 산다’는 말이다. 한번 정한 목표는 반드시 일궈내기로 유명해, 주위에서 의지의 인물로 통한다.
그는 1983년 부방테크론에 입사했다. 인천전문대 전기과를 나온 그의 이력은 당시 같이 입사한 20여명의 동료들에 비해 나을 게 없었다. 하지만 특유의 꼼꼼함과 성실성은 품질관리 부서에 배치되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전기밥솥을 납품하는 터라 대기업의 깐깐한 관리기준을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2년 남짓 품질관리를 담당하면서 그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사소한 하자까지 발견하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제품에 이상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바로 해결하는 추진력도 김 대표의 장점이다. “한번은 모 대기업을 찾아갔는데, 제품에 문제가 있으니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곧장 기술자를 모아 문제점을 해결한 뒤 그날 오후 찾아갔더니 대기업 간부가 감동을 하더군요.”
김 대표는 이후 자재구매, 생산, 개발, 영업, 판매, 고객관리서비스 등 회사 내 거의 모든 부서를 거치면서 경영자로서 성공해보겠다고 다짐한다. 낮에는 직장을 다니며 밤에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만학도의 꿈을 키웠다. 이처럼 제품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열정 덕에 김 대표는 2000년 이사로 승진했다. 입사 17년 만의 일이었다.
그의 우직한 성격은 2000년 처음으로 자가 브랜드인 찰가마 밥솥을 내놓을 때도 빛을 발했다. 당시 영업이사를 맡은 그는 내로라하는 양판점을 돌며 매장 한 켠이라도 내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에, 제품 하나가 고작인 중소기업의 밥솥을 거들떠보는 매장은 없었다.
김 대표는 “4월부터 9월까지 매일 매장에 출근하다시피 했고,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7~8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며 “한 매장을 12번 방문하고서야 겨우 제품을 전시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밥물 맞추기에 서툰 주부를 위해 물 높이와 쌀 높이가 눈금으로 그려져 있는 손 모양의 별도 기구를 제작, 엄마손 밥물조절기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2003년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올해 초 가정(Home)을 이롭게(利ㆍ이)한다는 뜻의 리홈(Lihom)이라는 이름으로 21세기 생활가전업계 리더 브랜드를 자처하고 나섰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좋은 제품만을 만든다는 장인정신을 지켜나가겠다는 김 대표의 앞날이 기대된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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