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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서임 배경과 의미는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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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은 한국 가톨릭 교회의 위상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축복이다.

우리나라가 복수의 추기경을 보유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1969년 김수환 추기경이 마흔 일곱의 나이로 교황 요한 바오로 6세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될 당시 국내의 가톨릭 신자는 80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37년이 지난 지금 가톨릭 신자는 450만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반면 일본은 우리의 4분의 1 수준인데도 추기경이 두 명이다. 이는 역으로 우리나라의 두 번째 추기경 탄생 가능성이 그만큼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 80세가 넘어 교황 선출권이 없는 김 추기경 역시 기회 있을 때마다 “또 한 분의 추기경이 나와야 한다”는 소망을 피력해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분단국가였던 독일 출신인 점도 두 번째 추기경 탄생 가능성을 높였다. 교황은 자신이 분단국가 출신이란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었다.

교황청은 또 한국이 많은 순교자를 내는 등 고난의 과정을 통해 성장한 사실에도 경의를 표해왔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해 11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새 추기경 임명에 대한 염원을 교황에게 전하기도 했다.

가톨릭계의 한 관계자는 “교황청은 그 동안 한국 교회의 활동을 높이 평가해왔다”고 말했다. 배아줄기 세포 연구에 대해서도 종교적 입장에서 윤리적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그 대안으로 성체줄기 세포 연구를 제시하며 가톨릭병원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외국 가톨릭계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 추기경의 서임에는 한국 가톨릭이 배전의 심기일전과 더 많은 활동을 할 것을 주문하고 기대하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최근 교황청이 조규만 신부를 보좌주교로 임명하자, 당시 정진석 대주교가 “아시아 선교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추기경 추가 임명은 축복이지만 교황청은 이를 계기로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종·KNCC도 축하·기대감 표시

한편 신임 추기경의 탄생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세계 평화를 위한 한국 가톨릭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며 “정 추기경이 사랑과 평화의 전도자로서 인류의 갈등과 고통 해결을 위해 헌신적인 역할을 다해 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관계자도 “이번 경사를 계기로 가톨릭이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좀 더 잘해주리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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