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2ㆍ18 전대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지난 2일 예비선거와 별 차이도 없었다. 막판에 ‘정동영-김혁규 vs 김근태-김두관’ 의 대립구도가 조직대결 양상으로 번지면서 이들만 지도부에 입성했을 뿐 조직 대신 바람에 의존한 김부겸ㆍ김영춘ㆍ임종석 후보 등 40대 재선들은 모조리 떨어졌다. “조직이 바람을 누른 선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락을 가른 최대 변수는 역시 합종연횡이었다. 중위권이 혼전양상을 보이면서 한때 탈락설까지 나돌았던 김두관 후보가 김근태 후보측의 적극적인 2번표 지원으로 34.9%(200% 기준)를 얻어 3위를 한 게 대표적이다.
반면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내걸며 초반 바람몰이에 성공했던 임 후보는 합종연횡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임 후보는 정 후보측이 당락조차 위태롭다고 본 김혁규 후보에게 2번표를 지원키로 막판에 입장을 정리하면서 21.6%를 얻는데 그쳐 고배를 마셨다.
실제 603표 차이로 1,2위가 갈린 정 후보측과 김근태 후보측은 전대 전날인 17일 오후부터 자파 대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2번표 오더를 내렸다. 정 후보측은 호남지역에까지 경남 출신인 김혁규 후보를 2번표로 찍도록 독려했다. 김근태 후보측은 막판 표 점검에서 500표 정도 뒤진다고 보고 김두관 후보측에 이어 TK권을 겨냥해 김부겸 후보측과도 1,2위표 주고받기를 시도했다.
이 같은 합종연횡 등 조직선거가 맹위를 떨친 것은 투표권자가 일반 당원이 아닌 1만2,000여명에 불과한 대의원인데다 1인2표제인 탓이 컸다.
꼴찌를 한 김영춘 후보만 해도 가장 먼저 40대 기수론을 주창하는 등 독자목소리를 냈지만 주요 계파가 장악한 대의원들을 파고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지원을 업은 김부겸 후보도 고향인 TK지역 바깥에서는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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