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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춤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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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춤에 빠지다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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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들썩거린다. 쿵쿵거리는 힘찬 박동, 흥건한 땀, 거침없이 내뻗는 손짓에 유연한 허리 놀림. 곳곳에서 감지되는 이 열기의 진앙은 바로 ‘춤’이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김모(46ㆍ여)씨는 평일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시장앞 피트니스센터로 향한다. ‘에어로 댄스 무브’ 교실에서 댄스를 겸한 에어로빅을 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춤 출 때가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순간”이라며 “하루라도 거르면 온 몸에 가시가 돋는 것 같다”고 말한다.

초등학생 조효정(12)양은 집 근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최신 유행댄스를 배우고 있다. 조양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털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효리언니’ 춤을 배운다”고 말한다.

TV와 헬스클럽, 길거리, 지하철역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곳곳에 ‘춤 바람’이 불고 있다. 가수 탤런트 개그맨 등 연예인들조차 본업과 상관없이 춤꾼이 아니면 TV 오락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기 어렵다. CF에서도 상품을 가리지 않고 한바탕 춤판이 펼쳐진다.

백화점 문화센터와 동네 헬스클럽, 구민회관 등은 앞다퉈 댄스교실을 열고 있다. 한민족이 가무(歌舞)를 즐겼다는 사실은 중국 역사서 삼국지의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가 전하고 있지만, 이처럼 온 나라가 ‘춤풍’의 영향권에 들었던 적은 유례가 없다.

이런 ‘춤풍’의 배경에는 ‘춤 권하는’ TV와 CF가 있다.

TV 오락 프로그램과 광고, 특히 전 국민이 한 대 정도는 소유한 휴대폰 CF는 힙합, 브레이크, 팝핑 등 최신 댄스가 가장 빨리 유통되는 창구다. 이를 통해 ‘춤 바람’의 중심은 과거 퇴폐와 불륜의 상징이던 사교댄스에서 최신 인기댄스로 이동했다.

한 휴대폰 CF에 담겨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일명 ‘맷돌 춤’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최근 영화배우 김수로가 KBS 2TV ‘상상플러스’에서 선보인 이른바 ‘꼭지점 댄스’는 벌써 댄스교실의 정식 커리큘럼 자리를 꿰찼다.

장우혁 구준엽 김종국 전혜빈 배슬기 등 ‘한 춤 한다’는 가수들이 코미디, 토크쇼, 버라이어티쇼 등 방송 3사의 오락 프로그램을 점령하면서, 이들 프로그램은 가수들이 자신의 춤을 유행시켜 앨범 홍보로 이어가는 주된 창구가 되고 있다.

올해 설 연휴에 명절의 감초나 다름없던 노래자랑 프로그램을 밀어내고 안방을 차지한 MBC의 ‘스타댄스배틀 2006’, SBS의 ‘쉘 위 댄스’ 특집은 최신 유행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춤이 연예인의 최고 경쟁력으로 떠오르자 이젠 춤꾼들이 가수로 데뷔한다. 이효리의 ‘망고춤’, 최홍만의 ‘큐트춤’ 등의 안무를 맡았던 ‘필’(Feelㆍ본명 현경환) 등 춤꾼들이 가수로 데뷔했거나 데뷔를 준비중이다.

에릭 고은아 김아중 등이 CF 속 테크노댄스로 스타덤에 오른 전지현의 뒤를 이으며 CF 속 춤은 스타 등용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TV가 뿌린 ‘댄스 바이러스’에 대한민국이 감염되고 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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