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건 전 총리의 정치적 동선이 눈에 띄게 커졌다. 유력 정치인들을 만나고 갖가지 대권방안이 주변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언론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8일에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상임고문을 만나 민주세력 대연합을 놓고 담론을 나눴다. 곧바로 한 신문은 “다음달에 새 정치연합을 결성하고 지방선거에 참여한다”고 1면 톱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어 16일에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만찬을 했다.
이런 만남과 보도는 그가 기획한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찾아와서 만났고, 언론이 정치인들의 말을 빌어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리 싫지 않은 표정인 듯 하다. 정당이나 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만남과 보도는 힘 들이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비중을 국민에 확인시키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행보가 바람직한지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고 전 총리를 향한 지지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점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일관성과 신뢰감, 안정감이 국민의 마음을 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 전 총리의 행보는 이런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여야 중진들과의 만남, 이런저런 보도 속에서 명확한 메시지가 없다. “지방선거에는 참여하지 않겠지만 정치연합 결성은 고민하고 있다”는 식의 애매한 화법만 있다.
고 전 총리를 지지하는 국민은 기존 정치인의 행보를 원하는 게 아니다. 국가경제를 살리고 국민화합을 이룰 수 있는 큰 방향과 명확한 비전을 원하고 있다. 국민은 그에게서 또 한 명의 정치인을 찾는 것은 아니다.
정치부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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