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입사해 고민도 많았지만 격려와 지지를 보내준 시청자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참 행복한 아나운서였습니다.”
손석희(50ㆍ사진) MBC 아나운서국장이 22년간 몸 담았던 MBC를 16일 떠났다. 그는 성신여대가 올해 신설한 문화정보학부 방송화법 전공 교수 겸 학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는 이날 오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내 특유의 차분하고 조리있는 말솜씨로 질문에 답했으나, 마지막에는 “MBC에 깊은 애정을 가져달라”는 당부와 함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손씨는 적을 옮기지만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 TV ‘100분 토론’ 진행을 계속 맡기로 했다. “사석에서 (20년 이상 라디오 진행을 한 사람에게 주는) ‘골든 마우스’를 받고 싶다고 한 말이 보도됐는데, 솔직히 농담이 아니다. 끝까지 해볼 생각이다. 라디오본부장과는 ‘전속으로 하자’는 말도 오갔다.”
그는 사립대 교수가 되면 사학 관련 문제를 예전처럼 날카롭게 다루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을 거다. 200% 믿어도 좋다”면서 “ ‘시선집중’이나 ‘100분 토론’은 외부로부터는 물론 MBC 내부에서도 철저히 독립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인데 나로 인해 그런 원칙이 침해받는다면 언제든 떠나겠다”고 말했다.
손씨는 일각에서 떠도는 정치권 진출설에 대해 “절대 안 간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교수로 가는 것이 ‘몸 세탁’ 아니냐는 기사도 났고 어느 당에 입당한다는 정보 보고가 떠돈다는 말도 들었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과거에도 정계 진출에 대해 0.000001%도 길게 생각해본 일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못박았다.
손씨는 “학교로 가는 것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이며 기회가 좀 빨리 왔을 뿐”이라면서 “학부장이라는 중책도 맡은 만큼 커리큘럼은 물론 인적 교류를 통해서 현장의 경험과 학계에 축적된 성과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자신의 퇴직이 위기에 처한 MBC에 타격을 주지 않겠느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MBC는 그렇게 약한 조직이 아니다. 수없이 위기를 겪어왔지만 늘 잘 극복했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 관련 보도 이후 많은 시청자들이 MBC에 서운함을 느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런 보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MBC의 강점이다. 시청자들이 많이 아껴주시기를 바란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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