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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 옛 얼굴들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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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 옛 얼굴들이 돌아온다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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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ㆍ해고자들의 회사 복귀가 늘고 있다.

GM 대우자동차는 최근 2000년 2월 옛 대우자동차 시절 정리해고(lay off) 당했던 1,751명의 근로자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했다. 회사 경영이 나아지면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약속이 지켜진 것이다.

정리해고란 회사 경영이 어려울 때 근로자를 일시 해고했다가 경영이 호전되면 해고자를 우선적으로 재입사시키는 제도다. 회사가 망해 모든 직원이 직장을 잃기 보다는 일부가 희생해 회사를 살리자는 취지다.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GM 대우의 사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왜 필요한지를 극적으로 웅변해 준다.

이랜드는 1999년부터 2005년 말까지 새롭게 채용한 1600여명 중 19%인 300명 가량을 퇴사자로 채웠다. 이랜드 관계자는 퇴사자의 재입사에 대해 “회사의 문화를 익힐 시간이 따로 필요 없는데다, 인사 정보가 남아 있어 적재적소 배치가 쉽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이를 위해 퇴직자에게 명절 때마다 조그만 선물을 보내고 인사담당자가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건설업계 역시 해외 건설 현장에서 퇴직한 40~60대를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ㆍ현대ㆍSK건설 등은 공모를 하거나 은퇴자들과 1대1 접촉을 통해 재입사를 권유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체들의 해외 건설 수주가 줄어들면서 이 분야의 신규 인력을 키우지 못했다”며 “최근 해외 공사가 급증함에 따라 가스전ㆍ발전소 등의 분야에 10년 이상 된 베테랑들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진 각국의 기업에서는 ‘노병’들의 옛 일터 복귀가 먼저 시작됐다. IBM은 퇴직자 네트워크를 구축, 특별한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퇴직자들을 다시 채용하고, BMW는 새 공장을 아예 45세 이상만 일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일본 기업 역시 경기가 점점 좋아지면서 최근 은퇴자를 다시 불러들여 숙련된 노동력을 공급 받고 있다.

이 같은 은퇴자들의 잇단 회사 복귀는 상시 구조조정 체제에 둘러싸인 채 극렬한 대립을 하고 있는 노사 관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또 고령화 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기업의 숙련공 부족과 은퇴자들의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숙련된 인적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인사관리의 변화, 근로자의 태도 변화를 통해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리는 고령화 사회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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