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2일. 한 여배우의 자살 소식은 온 국민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엔 너무 젊고 아름다웠던 그녀. 한창 물 오른 연기로 충무로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도무지 자살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돌연한 죽음은 그 자체로 더 이상 극적일 수 없는 한국 영화사의 ‘새드 무비’였다.
영화 배우 고 이은주. 그녀의 1주기를 맞아 KBS 1TV ‘포토 다큐’(21일 밤 11.40)가 그녀가 이승에 남긴 흔적들과 지인들의 기억 속에 남은 그녀의 모습을 통해 스물 다섯 불꽃 같았던 삶을 재조명한다.
열정의 배우 이은주의 삶에 향기로운 휴식을 줬던 수집품 아로마 향초, 소중한 지인들에게 선물했던 오르골 장난감, 친구들이 간직하고 있는 친필 편지와 배우의 꿈을 키우던 학창 시절의 사진 등 그녀가 삶 속에 남기고 간 마지막 유품들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은주의 남다른 음악적 재능이 담긴 재즈 음반을 통해 그녀의 목소리도 다시 한 번 ‘재생’된다.
배우 이은주와 가까웠던 영화 배우 정보석, 이범수, 김주혁, 김지수, 류준상, 문근영 등 동료 배우들과 그녀의 출연작 ‘안녕 유에프오’의 김진민 감독, 사진 작가 정의석씨, 스타일리스트 고민정씨 등 지인들의 인터뷰도 방송된다. 영화 ‘주홍 글씨’에 함께 출연했던 영화 배우 한석규는 “이은주는 여배우의 시대를 열 수 있었던 아까운 배우”라고 추모했고,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호흡을 맞춘 이병헌은 “촬영장에서 휴식을 취할 땐 늘 노래를 흥얼거렸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은주에게 5분 만에 매료됐다”는 영화감독 김대승의 고백, “애기야, 라고 불러주던 언니의 목소리가 그립다”는 배우 문근영의 기억, “그녀는 자신의 사진 인생 최고의 모델”이었다는 사진 작가 이보경씨의 증언 등 영화 인생과 치열했던 삶이 지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영화와 사진, 유품 등을 통해 그녀를 추모하는 ‘포토 다큐-이은주 편’은 유족 및 소속사 측의 승낙, 지인들의 섭외 등 사전 준비에만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소모하며 제작에 공을 들였다. 이 프로의 김소현 작가는 “한류 열풍을 중심으로, 살아있는 스타들만 조명한다는 게 프로그램의 원칙이지만 이은주씨는 한국 영화사에서 의미 있게 기록할 필요가 있는 배우라고 판단했다”며 “한석규, 이병헌씨 등 인터뷰 안 하기로 유명한 스타들까지 기꺼이 제작에 협조해 줄 정도로 곳곳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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