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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메인 '지하철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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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메인 '지하철 결혼식'

입력
2006.02.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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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하철 5호선, 덜컹거리는 객차 안에 20대 남녀가 나란히 섰다. 둘은 승객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승객들은 잡상인이려니 생각한 듯 무심한 눈길로 그들을 쳐다봤다.

남자가 여자의 손을 꼭 쥔 채 말을 이어갔다. “저희가 여기에 선 이유는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전 고아로 자랐습니다. 남들처럼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형편이 못돼 저희가 처음 만난 이 5호선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여자는 연신 눈물을 글썽거렸다.

남자는 “죄송하지만 여기 계신 어르신 중에 저희 주례를 봐주실 분 계신가요”라고 물었다. 아직 승객의 반응은 없다. 용기를 얻으려는 듯 남자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놀랄 틈도 없이 예식은 시작됐다. “저 신랑 000은 신부 000을 맞아 평생 행복하게 살 것을 맹세합니다.” 목이 메인 신부 역시 가까스로 혼인서약을 했다. 신랑은 잠바 주머니에서 결혼반지를 꺼내 신부 손에 껴주었다.

부부가 된 그들은 서로를 가슴 가득 꼭 껴안았다. 그제서야 누추하지만 아름다운 결혼식의 하객이 된 승객들은 박수를 쳤다. 한 할머니는 “잘 살라”며 두 사람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줬다. 그게 전부였다. 장중한 웨딩마치도 화려한 웨딩드레스도 없다. 하지만 결혼식 내내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신혼 부부의 사랑만큼은 강물처럼 넘쳤다.

주인공 두 사람과 우연히 행운을 누린 승객들의 소중한 추억으로만 남았을 법한 ‘지하철 결혼식’은 한 승객의 1분 25초짜리 휴대폰 동영상으로 되살아 났다. 발렌타인데이인 14일 인터넷 사이트 ‘DVD프라임’(www.dvdprime.com) 등엔 이들의 지하철 결혼식 영상이 올려져 많은 이들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네티즌들은 “계산하기 바쁜 각박한 세상에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사랑한다면 그들처럼 멋진 결혼을 하고 싶다”며 부부의 앞날을 축복했다.

한 웨딩포털사이트는 무료로 결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고, 일부 네티즌은 성금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지하철 결혼식의 주인공이 누군지, 실제 결혼식인지에 대해선 아직 사실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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