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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선주자 인터뷰] (6.끝)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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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선주자 인터뷰] (6.끝) 박근혜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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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건 전 총리는 한나라당과 어울리는 분"

_한나라당과 자민련이 통합한 의미는 무엇인가. 합당 효과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있다.

“나라가 정말 위기다. 그래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같은 이념과 노선을 가진 애국세력들이 힘을 합해 정권을 교체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_국민중심당과의 연대도 생각하고 있나.

“나라를 위해 뜻을 모으자고 얘기가 되면 얼마든지 같이 하려 한다. 일부 의원들이 만나 얘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내가 직접 국민중심당을 만난 적은 없다.”

_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한나라당이 10년간 지방정부를 장악했다며 부패지방정부 교체론을 제기했다.

“사실과 다르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이겼는데 사실을 왜곡한다. 자기들에 대한 국민 원성에는 눈감고 지방정부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니 어이없다. 국민은 지방정부가 잘 해 왔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은 소속 단체장의 잘못에 대해 출당 등 엄중히 조치해왔다.”

_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보는지.

“첫째 노무현 정권 3년에 대한 심판이다. 국민은 나라가 이렇게 가다가는 큰일이 나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권 교체를 최대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둘째는 한나라당의 소리없는 정당 개혁을 평가받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는 조용한 혁명을 해냈다. 이 정도로 민주화된 정당이 세계에 또 있나.”

_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했나.

“과거 1인 지배체제에선 의원들이 다음 공천 때문에 줄을 서고 눈치를 보았다. 당 개혁의 핵은 의원들이 눈치 보지않고 국민을 위해 사심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의원들에게 거의 100%의 자율을 주었다.”

_자율성 존중에 따라 시장 군수 지방의원 공천권을 시ㆍ도당에 맡기다 보니 공천잡음이 발생하고 있는데.

“걱정된다. 지난해 말 통과된 혁신안에 따라 지방 일꾼들은 지방에서 선출키로 했다. 이것이 성공하면 선진정치로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지만,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공천 관련 부패가 있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엄단할 것이다.”

_반대로 제주지사 후보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영입하자 김태환 지사가 탈당했는데.

“광역단체장은 경선이 원칙이다. 누구든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싶다면 문은 열려 있다. 가능한 경선 원칙으로 하되 취약지는 전략공천을 한다.”

_제주는 김 지사 지지도가 상당히 높았는데.

“경선 여부는 공천심사위가 결정한다. 김 지사에게 경선에 참여하라고 했는데 탈당해서 안타깝다.”

_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후보로 외부인사를 영입할 계획은.

“한나라당 후보도 훌륭한 분들이다. 하지만 외부 인사가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하면 폐쇄적으로 하는 건 안 된다.”

_영입 대상은 있나.

“현재로는 없다.”

_청와대가 지방선거를 위한 차출개각을 단행한다는데.

“장관 자리가 선거후보 양성소인가. 정치를 게임으로 생각하고 권력의 책임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다.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

_한나라당도 비례대표 의원을 지역구 선거에 내보내지 않았는가. 역시 편의적 결정 아닌지.

“비례대표 의원들은 정책정당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 위주로 영입했기 때문에 그 지적이 맞다. 하지만 그 경우는 대구 동을에 출마한 유승민 의원, 딱 한 번이었다. 당시 현 정권의 실세가 출마해 판세가 불리했기 때문에 공천심사위가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다.”

_내주에 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고건 전 총리가 만난다. 고 전 총리가 우리당의 연합 제의에 응할 것으로 보는지, 그 경우 대응책은.

“평가는 국민이 할 것이다. 고 전 총리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고 전 총리도 다음 대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알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오히려 한나라당과 어울리는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나라당도 고 전 총리가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_만난 적이 있나.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통화한 적은 없다.”

_국정원 과거사위는 최근 인혁당 사건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현 정권의 과거사 청산을 어떻게 보나.

“이 정권은 편가르기 선수다. 국론을 분열시키는데 둘째라면 서러울 것이다. 역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정부다. 정권마다 역사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면 역사는 누더기가 될 것이다. 코드 맞는 사람들이 모여 역사적 사건을 구미에 맞게 조사하고 발표한다. 그런 식으로 과거사를 재단하면 그것이야말로 큰 과거사가 될 것이다.”

_그래도 박 대표가 유신시절 희생자들에게 정치적, 상징적 매듭을 짓는 게 필요하지 않나.

“여러 차례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고, 지금도 아픔을 같이 하는 마음이다.”

_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을 6월로 연기했다. 한나라당이 남북 문제에서 ‘안 된다’는 것 말고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한나라당 대북정책의 기조는 무조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룰과 원칙에 따라 해야 한다. 북한이 좋다면 되고 싫다면 끊어지는 식은 안 된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반도 경제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자유로운 교류가 가능하게 되면 그 자체가 작은 통일이다.”

_정부 논리는 큰 목표를 위해 인권 등 예민한 문제제기를 일시 보류하자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잘된 게 있나. 이 정부의 기조는 북한 눈치보기인가. 인권을 문제삼았다고 중단되는 회담은 회담도 아니다. 정부가 국내 인권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제기하면서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다.”

_북한 위폐와 관련, 미국은 대북 제재에 동참하라고 하는 뉘앙스다.

“위폐 문제는 범죄다. 6자 회담과 연결시킬 게 아니다. 북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최근 북한이 태도를 바꾸는듯한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_최근 왕의 남자를 관람했는데 소감은.

“관객을 울고 웃기고 긴장시키는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력, 영상미가 대단했다. 영화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_스크린쿼터가 축소돼도 우리 영화의 경쟁력은 있는 것 아닌가.

“정부가 협상도 하기 전에 스크린쿼터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 잘못이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불이익을 당하는 분야가 충격을 받지않게 배려하고 면역성을 키워줘야 한다. 스크린쿼터 축소도 점진적으로 하지 않고 갑자기 146일을 73일로 확 줄인 것은 문제가 있다.”

_한나라당 사학법 재개정안이 후퇴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

“사실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사학 비리 척결은 확실히 하되, 건전 사학의 자율성은 확실히 보장하자는 것이다. 여당은 비리를 척결한다면서 사학 자율성을 크게 해쳐 교육 경쟁력을 훼손한다. 개방형 이사제를 강제하면 안 된다.”

_박 대표가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면 전교조가 사학을 장악한다고 했는데 비약된 논리 아닌지. 학교운영위의 전교조 교사 참여비율은 5.58% 뿐이다.

“숫자나 통계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전교조는 소수지만 고도로 조직화돼 있다. 학운위에서 뽑는 서울시 교육위원도 절반이 전교조 쪽이다.”

_정부의 양극화 해소정책은 무엇이 잘못됐다고 보는가.

“세계경제가 30년만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저성장이다. 그래서 실직자와 빈곤층이 늘고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실패로 양극화를 초래해놓고 세금을 걷어 양극화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진단도 처방도 잘못됐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정부 씀씀이를 줄이고 감세와 규제완화를 해야 하며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일자리만한 복지정책은 없다. 성장의 열매가 있어야 분배가 가능한데, 이 정부는 성장도 분배도 다 못한다.”

_차기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가.

“다음 정권에선 선진국이 되는 게 우리나라의 목표다. 이를 위해선 국민들 마음이 갈갈이 흩어져 있으면 안 된다. 국민들의 마음과 에너지를 결합해 선진국으로 갈 수 있게 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 포인트/ '수첩공주' 벗고 자신만만 戰士로

수첩 공주는 없었다.

한 동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는 손바닥만한 수첩이었다. 취임 초기엔 회의 때마다 탁자 위에 수첩을 펼쳐놓고 자신이 적어온 메모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수첩 공주다. 수첩을 애용하는 것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반대세력은 ‘수첩=콘텐츠 부족’이라고 등식화해 공격했다. 여권에선 한 술 더 떠 ‘100단어 공주’라고 불렀다.

하지만 요즘 박 대표는 수첩을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박 대표는 수첩대신 빈 메모지와 연필 한 자루를 들고 나왔다. 그럼에도 답변엔 전혀 막힘이 없었다. 아킬레스건인 과거사 얘기가 나와도 차분하게 답했다. 정부 주도의 과거사 청산이 안고있는 문제들을 지적하고 유신시절 희생자에게 부친을 대신한 사과를 주저없이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왜 수첩이 없느냐”고 물었다. 배석한 당직자는 “수첩은 유시민 복지부장관에게 물려주었다”고 했다. 얼마 전 유 장관이 박 대표 앞에서 수첩을 불쑥 꺼내 심기를 불편하게 한 일을 비꼰 말이다.

정작 박 대표는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이 피와 살처럼 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수첩을 버린 것은 그 동안 쌓인 내공에 대한 자신감인 듯 했다. 박 대표는 이제 ‘수첩없는 전사’가 됐다.

정리=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인터뷰=이영성 부국장대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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