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바람의 대결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의 최대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 그 중심엔 두 명의 ‘바람의 아들’이 있다. 한국 대표팀의 주장 이종범(36ㆍ기아)과 일본 대표팀의 리더 스즈키 이치로(33ㆍ시애틀 매리너스)가 내달 5일 맞대결을 벌인다.
21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첫 훈련을 시작한 일본 대표팀의 왕정치(일본명 오 사다하루) 감독은 주장을 두지 않는 대신 이치로에게 정신적 리더의 역할을 맡겼다.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팀의 주장이었던 미야모토 신야(야쿠르트) 등 주장 후보가 있지만 선수들 각자의 개성을 살려준다는 뜻에서 왕 감독이 주장을 없앴다. 다만 리더 역할은 이치로가 맡는다”고 보도했다.
이치로는 공식적인 주장 직함을 받지는 않았지만 왕 감독이 지명한 ‘실질적인 캡틴’으로 팀을 이끌어 나가게 됐다. 한국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일찌감치 야수 최고참인 이종범에게 ‘주장 완장’을 맡긴 바 있다.
뛰어난 타격 센스, 강한 어깨. 빠른 발. 공교롭게도 두 선수의 스타일은 ‘붕어빵’이다. 한국과 일본 타선의 톱타자로 공격의 선봉에 선다는 점도 똑같다.
이종범에 대한 김인식 감독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대표팀이 잘 굴러가려면 이종범 같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김인식 감독은 대표팀의 1번 타자로 이종범을 점 찍어둔 상태다.
이치로 역시 왕 감독의 ‘오른팔’과 같은 역할이다.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이구치 다다히토(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메이저리거들이 WBC 불참을 선언해 왕 감독의 심기가 불편할 때 “왕정치 감독의 위대함을 느낀다. 그런 감독에게 창피를 줄 수 없다”며 출전을 강행한 게 이치로였다. 왕 감독 역시 “이치로가 갖고 있는 의식의 높이는 현대 일본 야구가 요구하고 있는 것을 잘 표현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사령탑의 의중을 가장 잘 헤아리고 있는 두 선수의 활약이 1라운드의 하이라이트인 한-일전의 승부를 좌우할 전망.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때 부상으로 일본전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종범은 “당시엔 옆구리 통증이 심해 나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고, 이치로는 “우선 WBC에서 우승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이저리그 시즌은 그 다음에 생각해도 된다”며 WBC에 ‘올인’할 뜻을 내비쳤다.
후쿠오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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