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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종길 교수 손해배상 판결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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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종길 교수 손해배상 판결 뜻깊다

입력
2006.02.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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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이 최종길 교수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청구권 시효가 지났다는 국가의 항변을 배척하고, 1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 교수가 고문으로 숨진 사실을 국가가 은폐, 유족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1심의 판단을 뒤집은 이 판결은 반인권 범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넓게 해석한 의미가 크다.

특히 중대한 인권침해 범죄에 대해서는 형사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국제법 원칙을 민사사건에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대법원이 이를 판례로 확인할 것인지 주목된다.

법원은 이미 ‘수지 김’ 간첩조작 사건에서 국가범죄 피해자에게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도 기존 판례에서 국가가 피해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했거나, 소송을 낼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뚜렷한 경우에는 시효를 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별 사건에서는 법적 안정성을 중시, 소멸시효가 지난 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이번 판결은 최 교수가 희생된 지 36년 만에 국가의 반인권 범죄와 배상책임을 법원이 확인한 의의가 크지만, 모든 의문사 사건에 그대로 원용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거사 청산의지를 지닌 법원도 여러 정황이 크게 다른 개별 사건에서는 정의 실현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엇갈리는 가치를 신중하게 가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최 교수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토대가 됐다.

따라서 모든 과거사 사건에 곧장 적용될 판례처럼 확대 해석하거나, 국가의 시효 항변을 금지하는 입법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문제는 법 원칙과 시대정신을 아우르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가 15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강제조정을 수용하지 않고 뜻 깊은 판결을 이끌어낸 유족의 의지에 경의를 표하며, 오랜 세월 고통을 인내한 것을 위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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