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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스튜어디스' 1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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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스튜어디스' 1호 탄생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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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잦은 병치레로 소홀했던 공부에 대한 미련을 이제야 푼 것 같아 후련합니다.”

현직 항공사 여승무원이 박사 학위를 취득해 화제다.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선임사무장 이향정(36)씨. 1989년 인하공전 항공운항과를 졸업하자마자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객실승무원으로 근무해온 베테랑으로 14일 경희대 호텔경영학과에서 논문 ‘항공사의 포지셔닝 차별화에 따른 고객의 스키마 처리과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직 항공사 승무원이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남녀를 통틀어 처음이다.

“여행을 좋아해 승무원 생활 초기에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가 제가 좋아하는 관광을 학문적으로 파고들고 싶은 호기심이 생겨서 시작했죠.” 그의 호기심의 대가는 혹독했다. 주경야독 10년, 휴가도 모두 책상 앞에서 보내야 했다. “육체적 피로와 싸우는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유니폼 차림으로 학교로 달려가 수업을 듣는 일도 많았으니까요.”

힘들었지만 90% 이상의 출석률로 부지런히 공부한 이씨에게 고생은 보람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석사 과정에서 성적우수장학금을 두 번 받으며 최우수로 졸업했고, 박사 과정에서는 한 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았다. 그 밖에도 이씨는 틈틈이 기내방송 A등급, 영어 정2급, 일본어 정3급 등의 자격증을 땄다. 회사 동료들이 ‘또순이’라고 혀를 내두를 만하다.

비행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연애는 꿈도 못 꿔봤다”는 이씨는 다음 숙제는 결혼이라고 말했다. “학교 숙제를 하느라 정작 중요한 인생의 숙제를 못했네요. 부모님께 늘 죄송하죠. 학위 취득도 마쳤으니 올해는 좋은 사람 만나서 남은 숙제를 마저 다 할 겁니다.”

그렇다고 이씨의 공부에 대한 열망이 끝난 건 아니다. 그는 이제 강단에 설 것을 꿈꾸고 있다. “제가 현장과 사회에서 익힌 것들을 더 많은 후배들이 더 일찍 경험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겠다 싶어요. 회사 근무는 열심히 하면서 가능하다면 모교에서 후배 양성도 하고 싶어요.”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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