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폐막된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황금곰상)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성폭행당한 여인들의 비극을 그린 보스니아의 여성 감독 야스밀라 즈바니치(31)의 ‘그르바비차(Grbavica)’에 돌아갔다.
즈바니치는 수상 소감에서 “보스니아에서 2만명의 여성을 강간하고 10만명을 살해한 전쟁범죄자들이 아직 체포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이 유럽”이라며 “이 영화가 보스니아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은곰상인 감독상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도덕적 질문을 담은 ‘관타나모 가는 길’을 만든 영국 감독 마이클 윈터버텀과 매트 화이트크로스가 차지했다. 이 영화는 3명의 영국인 무슬림이 쿠바 관타나모 기지 내 테러 용의자 감옥에 2년간 수감됐다 풀려난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화제를 모았다.
역시 은곰상인 남우주연상은 ‘소립자’의 모리츠 블라이브토로, 여우주연상은 ‘레퀴엠’의 산드라 휠러 등 독일 남녀배우가 각각 수상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는 360여편의 작품이 출품돼 경쟁 부문에서 19편이 본선에 올랐다. 한국은 정재은 감독의 ‘태풍태양’이 청소년영화 경쟁부문, 조창호 감독의 ‘피터팬의 공식’과 신동일 감독의 ‘방문자’가 포럼 부문에 초청됐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 반면 포럼 부문에 진출한 재미교포 김소영 감독의 ‘인 비트윈 데이즈’는 국제비평가상, 재일교포 양영희 감독의 ‘안녕, 평양’은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했다.
한편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영화배우 이영애는 시상식에서 아르헨티나의 로드리고 모레노 감독의 ‘엘 쿠스토디오’에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여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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