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권위의 공공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설립 35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 컨설팅업체로부터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개발연대 이후 한국개발연구원의 지향점과 위상을 전면 재점검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개발이란 명칭변경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KDI 관계자는 “1월 중순부터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로부터 체계적인 정밀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며 “3월말까지 진단을 받은 뒤 딜로이트의 권고사항을 토대로 향후 추진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소가 외부 민간컨설팅업체로부터 경영진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DI의 경영진단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현정택 원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 현 원장은 “최고의 싱크탱크가 무슨 경영진단을 받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지금은 서울대도 외부평가를 받는 시대”라며 “1971년 설립돼 35년이 지난 만큼 이젠 신선한 외부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때도 됐다”고 말했다.
사실 KDI는 수 년 전부터 조직목표와 위상에 대한 재정립 요구를 받아왔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상징되는 고도성장전략의 이론적 토대 제공을 위해 세워진 KDI는 지난 30여년 동안 명실상부한 공공분야 톱 싱크탱크로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해왔지만, 개발연대가 끝나고 경제시스템이 바뀜에 따라 새로운 자리매김이 필요했던 상태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같은 민간 연구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국책연구기관내에서도 조세 통상 농업 노동 등 분야별 전문 연구소들의 연구역량이 커짐에 따라 ‘거시’ ‘종합’ 연구기관인 KDI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KDI는 이에 따라 이번 경영진단결과를 토대로 ‘싱크탱크의 경쟁시대’이자 ‘고도산업사회’에 걸맞는 ▦존립목적 재정립 ▦주된 연구분야설정 ▦조직개편 등을 모색할 방침이다.
한편 KDI 주변에선 ‘한국개발연구원’ 명칭 자체가 탈(脫)개발연대인 현 시점에 어울리지 않는 만큼 개명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KDI관계자는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영문약자인 KDI가 갖는 대내외적 인지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되 법률 사안인 명칭문제는 정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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