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정진석 추기경은 22일 추기경으로 서임된 뒤 “교회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 정각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자신의 집무실에서 주교관 밖으로 나온 정 추기경은 “내 자신이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한국 천주교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겸손해 했다.
그는 또 “한국 천주교뿐 아니라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이 순간의 영광이 있는 것”이라며 “여러 능력이 모자라지만 교회와 나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김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에서 나를 포함해 2명의 추기경이 나옴으로써 앞으로 아시아에서 제일가는 교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내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한국에) 새 추기경이 나오지 않는가 하고 자책했었는데 오늘에서야 근심을 덜었다. 오늘부터는 마음 편히 잘 수 있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앞서 오후 7시30분께 주교관 2층 정 추기경의 집무실을 찾아 직접 “축하합니다”라고 말하고 포옹했다. 둘은 자리에 앉으면서 서로 상석을 양보하며 실랑이를 벌였으나 김 추기경의 고집으로 결국 정 추기경이 윗자리에 앉았다.
이날 미사를 위해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신자들은 강론을 통해 새 추기경 탄생 소식을 듣고 경건한 감사 기도로 큰 기쁨을 대신했다.
저녁 미사에 참석한 황덕중(71)씨는 “수많은 박해를 딛고 스스로 싹을 틔운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를 생각하면 단 한명의 추기경이 아쉽게 느껴졌지만 늦게나마 두 분의 추기경을 맞게 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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