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15일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씨의 2003년 음주운전 및 은폐의혹과 관련, “감찰 결과 배씨의 음주 교통사고는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물피(물적 피해) 사고였다”는 당시 보고를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청은 이날 국회 행자위에 이런 내용의 ‘김해서 음주교통사고 관련 조사결과’를 보고하고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외압이나 합의 종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이날 보고에서 “배씨는 2003년 4월24일 오후 경남 김해시에서 지인과 소주 2잔을 마신 뒤 차를 몰고 귀가하다 임모 경사의 차 앞 범퍼를 들이받는 음주 교통사고를 일으켰지만 사고를 조사하던 이모 경장은 물피 교통사고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 과정에서 배씨는 음주측정을 거부한 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화를 걸었고, 피해자인 임 경사는 ‘아버지 친구이고 같은 고향 사람인데 아저씨뻘 된다’며 배씨에 대한 조사를 방해했다”며 “이모 경장은 배씨가 대통령 사돈이라 부담을 느꼈고, 배씨도 사고처리를 원하지 않아 적극적 처리를 하지 않고 방치 묵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청와대의 사고은폐 및 외압 의혹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사고 처리가 끝난 후 전화를 했다는 점을 들어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또 “사건처리 후 임 경사는 배씨에게 승진과 보상을 요구했고 김해서장, 정보과장에게도 승진 약속 불이행을 항의하면서 배씨 음주사실을 폭로하겠다는 등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어 지난해 3월 경남경찰청의 감찰이 부실했음을 인정한 뒤 음주교통사고 관련자 재조사, 당시 사건처리 담당자ㆍ감독자의 인사조치, 승진과 보상을 요구한 임 경사에 대한 징계 방침 등을 보고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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