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A(48)씨는 2007년 10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 35평형을 매입하기 위해 집주인 B(58)씨를 만났다. B씨가 처음 제시한 가격은 13억원. 민간 부동산 정보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해당 평형의 시세도 10억~13억원이었다.
그러나 A씨는 인터넷으로 건교부의 ‘부동산 실거래가 통계 시스템’에 접속, 최근 같은 평형대가 9억5,000만원에 거래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집주인을 설득, 결국 9억6,0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부동산 거래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올들어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하면서 호가와 실거래가, 시ㆍ군ㆍ구 신고가가 서로 크게 차이났던 기존 부동산 거래의 관행이 실거래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6월 등기부등본 실거래가 기재가 의무화하는 데 이어 내년 하반기께 개별 아파트 단지의 평형별 실거래가가 공식 발표될 경우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실거래가 신고에서 출발하고 있다. 실거래가 신고란 올 1월부터 모든 부동산을 사고 팔 때 관할 시ㆍ군ㆍ구에 실거래가로 신고토록 한 제도.
1월 한달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건수는 모두 3만3,754건으로 안정적인 정착세를 보였다는 게 건교부의 판단이다. 건교부는 1월 신고분에 대한 가격검증 결과, 5.6% 수준인 1,902건이 부적정한 것으로 진단됐다며 추가 조사를 실시, 허위신고 혐의가 높은 경우 국세청 및 지방자치단체에 정밀 조사토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6월부터 이루어지는 실거래가 등기부등본 기재 의무화도 부동산 거래에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제3자라도 등기부등본만 떼 보면 개별 부동산의 실거래가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실거래가 신고 자료 등을 축적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는 개별 아파트의 평형별 실거래가까지 발표키로 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등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실거래가 자료를 최대한 공개, 매수ㆍ매도자에게 실질적 정보를 제공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아직 개별 아파트의 동별, 층별 실거래가까지 발표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나 적어도 평형별 실거래가는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립주택이나 빌라 등도 어느 정도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실거래가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개별 단독주택 등은 편차가 심해 실거래가를 발표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그 동안 실거래가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일었던 아파트 분양권과 재건축ㆍ재개발 입주권의 추가 분담금 및 프리미엄도 실거래가 신고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건교부는 이날 공인중개사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을 고쳐 재건축등의 추가분담금 및 프리미엄도 실거래가 신고대상에 포함시켜 과세 표준으로 활용키로 했다.
현재 재건축ㆍ재개발 입주권에 대해서는 토지분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상 감정평가금액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인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입주권에 형성돼 있는 과도한 프리미엄이 과세 대상에서 빠져 입주권 보유자가 세금을 적게 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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