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이트 로마켓(www.lawmarket.co.kr)이 1993년 이후 국내 로펌의 사건수임 내역을 19일 공개,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률 서비스 시장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긍정론과 고유 영업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반론이 교차한다.
로마켓이 대법원 홈페이지에 실린 최근 12년간(1993년 1월~2005년 6월) 사건기록을 분석한 결과, 법무법인 ‘푸른’이 2만7,095건의 사건을 수임해 가장 많았고, 다음은 법무법인 ‘부산’(1만4,220건) ‘국제’(1만2,799건) ‘광장’(1만2,278건) ‘화우’(1만753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표를 지냈으며, ‘화우’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이자 8인회 멤버인 강보현 변호사가 대표로 있다. 노 대통령의 사위도 ‘화우’ 소속이다. 노 대통령이 대표로 있었던 ‘해마루’(5,502건)도 16위에 올랐다.
변호사 수 70인 이상 대형 로펌 중에서는 ‘광장’ ‘화우’가 1ㆍ2위를 차지했고 ‘태평양’(7,963건) ‘세종’(5,513건) ‘율촌’(3,922건)이 그 뒤를 이었다. ‘푸른’ ‘부산’ ‘국제’ 등 지방 로펌이 수임 건수 상위권에 오른 것은 소액 사건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변호사 업계는 “소송가액이 높은 소송은 대형 로펌이 주도하고 있어 수임 건수는 별 의미가 없고, 큰 사건의 경우 대형 로펌간 맞소송이 많아 승소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며 “로마켓의 정보는 질적인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한다”며 반발했다. 앞서 서울변호사회는 법조인들의 지연 학연 등을 기준으로 한 ‘법조인 인맥지수’, 변호사 개인의 승소율을 분석한 ‘변호사 전문성지수’ 등 로마켓의 서비스에 대해 민ㆍ형사 소송을 냈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과 법조계 일부에서는 “소비자들이 로펌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이 법무법인이 아닌 법률사무소라는 이유로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공개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법조인들은 “변호사 수에서나 수익 면에서 큰 차이로 앞서가는 1등을 놔두고 다른 법인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장 소속 변호사들은 법인에 소속돼 급여를 받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과 달리 각자가 사업자의 성격을 띤다. 때문에 김&장 전체의 사건 수임 내역과 수익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장이 이런 형태를 유지하는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영입시 편의 등 운영상 효율성을 이유로 든다.
법무법인은 법인이 내는 소득세 외에 법인 지분을 보유한 구성원 변호사(5인 이상)들이 지분에 따른 이익 배당세를 내야 한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들은 변호사 업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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