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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무총장 출마 선언/ 정부 "亞서 나올 차례…해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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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무총장 출마 선언/ 정부 "亞서 나올 차례…해볼 만"

입력
2006.02.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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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부장관의 차기 유엔사무총장 출마선언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국력과 위상에 걸맞는 자리를 찾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분단국가인 우리가 유엔사무총장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었다. 하지만 탈냉전의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나라는 민주화와 경제성장, 남북 화해협력 등으로 유엔의 가치와 이상을 가장 모범적으로 구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도전은 이런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반 장관이 당선된다면 우리의 위상은 크게 높아질 것이며 국제사회 발언권은 물론 북핵 문제 해결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유형, 무형의 플러스를 고려, 개각 때 반 장관을 ‘열외(列外)’로 놓는 배려도 했다. 현직 외교부장관으로 있는 것이 사무총장 세일즈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반 장관에게 다보스 포럼 참석기회를 주고 김원기 국회의장과 이해찬 총리 등 고위 인사들이 해외순방 때 반 장관을 적극 선전하는 등 정부는 ‘반 장관 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당선 가능성. 정부의 판단은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외신들도 반 장관과 태국 수라키앗 삿타라타이 부총리를 선두주자로 꼽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자신감이나 홍보는 견제를 초래할 수 있어 대외적으로는 조용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반드시 지지를 얻어야 하는 안보리 5개국의 속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행보를 신중하게 한다.

우리에 유리한 상황은 관례상 차기 유엔사무총장이 아시아 차례라는 점, 3대 사무총장이 동남아 출신이었던 만큼 이번엔 동북아에서 나와야 한다는 논리 등이다. 유엔 상임이사국을 지향하는 국가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도 제외된다.

반 장관이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유엔 업무에 정통한 40년 경력의 외교관이라는 사실도 장점이다. 정부가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된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지난해 9월 안기부 X파일 파문으로 낙마한 뒤 반 장관을 선택한 것도 이런 자질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당시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사무차장 등은 반 장관을 후보로 정하고 사무총장 선거 때까지 현직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린 뒤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를 얻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이후 반 장관을 불러 “밀어줄테니 승부를 걸어보라”고 격려했다.

그러나 난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과 영국이 사무총장의 지역순환론에 부정적이다. 뉴욕타임스는 12일 미국과 영국이 동유럽출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핵 문제가 악화돼 유엔 안보리에 상정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 분쟁 당사국 사무총장이 중립적일 수 없다는 논리 때문이다. 1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유엔분담금 체납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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