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막내딸 암리트 싱(36)이 미국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저격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예일대 로스쿨 출신인 암리트 싱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소속 인권변호사다. 미군이 해외 수용소에서 자행한 인권유린 문제를 파헤치는 것이 그의 전공분야다.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포로학대 사진이 추가 공개된 16일 이후 미 언론에는 그의 코멘트가 빠지지 않고 보도됐다. 얼마 전에는 국방부 문서를 입수해 미군이 포로학대에 체계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폭로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소한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인들의 변론도 맡고 있다
그를 앞세운 ACLU의 활약에 질린 듯 보수성향인 폭스 뉴스의 앵커 빌 오릴리는 “알 카에다에게 ACLU만한 친구는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암리트 싱의 친구들은 “그가 아버지처럼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고 있다”고 칭찬한다.
아버지 싱 총리는 딸과는 정반대 처지에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와 가까워지고 있고 인도도 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싱 총리는 지난해 7월 워싱턴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에다 원자력에너지 개발 협력이란 선물까지 받았다. 3월에는 부시 대통령이 인도를 답방해 양국 우호를 더욱 과시할 예정이다.
부시 정부에겐 눈엣가시 같은 딸을 둔 아버지가 세계 전략에 없어선 안될 동반자인 셈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일 “부시 정부의 비판가와 부시의 절친한 친구가 가족이라는 것은 9ㆍ11 이후 나타난 아이러니”라고 평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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