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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포위망 구축 나서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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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1일 이집트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 우방국들을 잇달아 방문하는 5일간의 중동 순방에 들어갔다.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압승한 ‘테러단체’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해 압력을 가하도록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게 목적이다. 이번 순방은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 이스라엘 파괴정책과 폭력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하마스 주도의 팔레스타인 정부구성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이 도모하고 있는 하마스 고립화는 러시아 등이 하마스 지도자를 만나는데 동의한데 이어 아랍국 중 하마스 지원중단에 동참하려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미 적신호가 켜져 있다. 라이스 장관이 대외정책의 해결사로 통하기는 하지만 미국내 전문가들과 언론 등에서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지 않는 것에도 이러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라이스 장관은“하마스에 흘러 들어가는 돈은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집트 등의 입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집트와 사우디도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거부하는 데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아랍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을 편드는 미국을 노골적으로 지지할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이 이미 팔레스타인에 대한 세수 전달을 중단한 이스라엘과 ‘한패’가 돼 중동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면 오히려 온건파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곤경에 빠뜨리고 하마스의 권력을 유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팔레스타인에 이미 지원된 5,000만 달러의 반환을 요구하고 2억 달러의 추가지원 계획을 재검토하려는데 대해 압바스 수반도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하마스를 다루는 데 실패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중동에서의 ‘민주주의 확산’외교도 중대한 난관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이라크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겹치면 미국의 중동정책 자체가 파탄지경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정책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럽 러시아 중국을 설득해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기로 한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아랍국들이 이란에 등을 돌리도록 만드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라이스 장관은 이란이 이라크 시아파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의 과격 세력을 부추긴다면서 ‘테러의 중앙은행’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아랍 세계에서는 “미국이 이슬람 국가들에 대해 너무 많은 압력을 가하면 그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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