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온라인 인구 1억1,100만 명의 ‘인터넷 대국’이지만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막는 검열 장치로도 악명을 떨쳐왔다. 그러나 인터넷은 중국 정부의 사회통제를 느슨하게 하는 저력을 지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9일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인터넷이 중국 정부가 억지로 틀어막은 중국인들의 귀와 입을 열어주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권력을 잡은 이후 지난 2년 동안 신문과 잡지, 방송 등 관영 언론에 대한 검열과 통제는 강화된 반면 인터넷은 저널리스트들을 중심으로 중국인들이 정부의 억압 체제에 도전하는 분출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도시 거주자와 고학력자 등 오피니언 리더 계층에 인터넷이 보급돼 있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서 성장한 풀뿌리 파워는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하다.
중국 당국은 물론 인터넷에도 높은 방화벽을 쌓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뉴스 웹사이트 운영자들은 매주 금요일 정기적으로 회의에 소집돼 당국의 보도지침을 전달받는다. ‘민주주의’같은 민감한 단어들이 들어있는 이메일 발송을 중단하거나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검열 시스템도 갖춰져 있고, 사이버 범죄를 감시하는 공안(경찰) 요원 5만명이 활동한다.
미국 인터넷 기업들도 중국 검열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구글은 지난달 25일 금지 단어의 검색을 차단한 채 중국어판 서비스를 개시했다. 미 하원이 15일 구글, 야후 등의 중국 인터넷 검열 협력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할 정도로 중국정부에 국제적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검열 장벽에도 구멍이 뚫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공산당이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의 주간지 ‘빙점(氷點)’에 대한 정간 조치를 거두고 다음달 1일부터 재발간을 허용키로 한 결정에 주목했다. ‘빙점’ 사건을 인터넷 사용자들이 이슈화해 결국 당국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셈이다.
이 사건은 표면상으로는 중국 역사교과서를 비판한 기고문이 문제가 됐으나, 뿌리는 언론과 당국의 갈등에 있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기관지 성격인 ‘빙점’이 언론 통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지난해 8월 ‘빙점’의 리다퉁(李大同) 편집장은 공청단이 당 지도부 평가를 주요 기준으로 기사를 심사하는 고과제도를 도입키로 하자 “기자를 노예로 만든다”고 비난하는 ‘만언서(萬言書)’를 발표했다.
‘만언서’가 편집국 서버에 뜨기 무섭게 동료들이 이메일과 메신저로 퍼날랐고 24시간 만에 중국 인터넷을 도배했다. 검열 당국이 해당 글의 삭제를 결정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당국은 1월 ‘빙점’을 정간시킬 때도 주요 웹사이트에 정간 조치가 유포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침을 내렸으나 이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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