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테러 용의자들을 구금한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불법구금과 인권유린에 대한 비판이 확산된 것과 함께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명분이 퇴색한 결과로 볼 만하다. 따라서 논란의 향방은 대 테러전쟁과 이라크 점령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관심 갖고 지켜 볼 일이다.
관타나모 수용소 문제는 지난 주 유엔인권위원회 조사단이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면서 새롭게 부각됐다. 수감자 500여 명을 즉각 석방하거나 공정한 재판에 넘길 것을 요구한 조사보고서가 공개되자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과 유럽의회, 국제 인권단체들이 잇달아 한 목소리를 냈다. 대 테러전쟁의 강력한 동반자인 영국 내각에서도 폐쇄 요구가 나왔다.
유엔 보고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후인 2002년 초 설치한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유린 의혹이 대부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알려진 온갖 가혹행위를 석방된 수감자들의 증언과 사진자료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조사단이 현장조사도 없이 거짓정보에 의존했다고 반박했으나, 애초 미국이 조사단의 수감자 면담을 막았기 때문에 그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미국은 아프간 탈레반과 알 카에다 용의자를 국제법 상 전쟁포로로 대우할 수 없다며 생소한 ‘불법전투원’ 개념을 적용, 쿠바 영토를 빌려 쓰는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수용했다.
제네바 협약과 미국 사법제도의 규제를 피하면서 테러 정보를 얻으려는 편법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도 불법성 논란이 많았다. 미국은 서구 국적 수감자 10여 명을 송환했을 뿐 길게는 4년 넘게 구금하고 있으나 실제 이렇다 할 정보를 얻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비판여론에 완고하게 맞서는 것은 대 테러전쟁의 명분이 걸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수용소 폐쇄를 압박하는 것은 그 명분에 대한 회의와 염증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양심과 인권 대의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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