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이 지난해 체결된 지 16일로 1주년을 맞았다. 산업현장이나 가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런 가운데 배럴당 60달러 안팎(WTI 기준)의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이란 핵문제, 자원부국들의 민족주의적 성향과 맞물려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의 안정적인 에너지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세계가 화력발전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면서 온실가스를 적게 내뿜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 새롭게 눈길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전에 대한 재평가움직임과 함께 대체에너지 개발 현황과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국은 석유에 중독돼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핵에너지 개발에 더 많이 투자하겠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의회 연두교서에서 석유에 편중된 에너지 소비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대체에너지 기술개발 투자를 늘리겠다며 이같이 선언했다. 부시의 언급은 새삼스럽지 않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30년만에 원전 건설 재개를 발표했다. 반(反) 원전의 파고가 높았던 유럽도 연초부터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사태로 몸살을 겪으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원전 반대의 메카인 독일에서는 메르켈 신 정부를 중심으로 반 원전정책을 거둬들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90년 마지막 남은 원전의 문을 닫았던 이탈리아는 최근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원전 발전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환경론자들의 천국인 핀란드는 지난해 추가로 원전건설에 들어갔다.
핀란드의 원전 추가 건설은 유럽국가 중에서는 15년만에 처음이다. 경제발전으로 에너지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도 앞다퉈 원전건설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30기의 원전을 새로 짓기로 했다. 14기의 원전을 가동중인 인도도 9기를 추가 건설중이다.
한동안 사그러들었던 원전 붐이 세계적으로 재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크게 세가지를 꼽고 있다. 물론 1차적으로는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떨어지지 않는 고유가 추세에 있다. 여기에 더해 자원강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이 최근 정치적 이유로 석유 및 가스를 무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유가 급등을 계기로 미국 유럽 중국 등은 원전 건설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환경적 요인도 크다. 지난해 미국을 휩쓴 허리케인 ‘카트리나’에서 보듯 온실가스 문제가 지구 환경재앙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까지 온실가스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등을 1단계로 줄여야 하는 선진국들은 화석원료의 소비를 낮추면서 효율적인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원자력의 장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가령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전부문을 보면 석탄이 kWh당 860g, 석유 689g, 가스 460g인 데 비해 원자력은 9g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인 태양광(30g)이나 풍력(11g) 보다도 오히려 적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유럽은 원전이 없으면 협약을 준수하면서 자국내 에너지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풍력 등 대체에너지가 발달한 덴마크조차 전체 에너지공급에서 이 부분이 점하는 비율이 12.7%(2004년 기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당장 온실가스 배출규제의 적용을 받지는 않는다.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2012년까지의 1차 이행기간에는 감축의무가 유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우리도 예외가 될 수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에너지 수급구조에 있다. 전력소비는 매년 10% 이상씩 큰 폭으로 늘어 2015년께는 현재의 2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같은 격차를 메울 공급 수단이 원전 이외에는 마땅치 않다.
전문가들은 “전력의 40%를 원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원전 확대냐, 다른 대안을 찾느냐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에 고리원전 1호기가 수명 30년에 도달하기 때문에 수리해서 쓰느냐, 아니면 새로 건설하느냐를 올해안에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풍력 등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 및 설치 지원 예산으로 4,000여억원을 배정했다. 에너지 수급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에너지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수단으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원전 건설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식에 좌우되는 정치적 사안”이라며 “하반기에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정부 및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설치되면 원전 추가 건설문제를 본격적인 이슈로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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