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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빛의 교향곡, P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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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빛의 교향곡, PDP

입력
2006.02.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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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상의 물질은 대부분 기체, 액체, 혹은 고체 상태 중 하나로 존재한다. 얼음(고체)을 녹이면 물(액체)이 되고, 물에 온도를 가하면 수증기(기체)로 바뀐다. 만약 수증기 상태의 물분자에 더 높은 열을 가하면 어떻게 될까? 물분자를 이루는 수소와 산소 사이 결합이 끊어지고 일부의 수소와 산소 원자가 전리(電離)되면서 +전하를 띠는 양이온과 -전하를 띠는 전자로 나뉘어진다. 이와 같이 전리된 입자(‘하전입자’라 불린다)들과 중성 원자 가스들이 공존하는 물질의 상태를 기체 상태와 구분해서 플라스마(Plasma)라고 부른다.

지구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플라스마로는 번개나 오로라 현상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우주를 향해 눈을 돌려 보면 태양을 비롯해 밝은 빛을 내며 밤하늘을 장식하는 대부분의 별들이 플라스마 상태다.

플라스마는 보통 내부 입자들 사이의 활발한 작용에 의해 전자기파를 방출하는데 원소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색깔의 빛을 낸다.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일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나 자외선일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밤거리를 화려하게 수놓는 네온사인 조명이다. 네온사인은 유리관 내부에 네온(Ne), 아르곤(Ar), 수은과 같은 가스들을 집어 넣고 전극을 붙여 만든다. 전극을 통해 전압을 인가하면 내부의 가스들이 전리되면서 방전 플라스마가 만들어지는데, 집어 넣은 가스의 종류에 따라 네온사인의 다채로운 빛깔들이 연출된다.

네온사인처럼 플라스마에서 나오는 가시광선을 직접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플라스마에서 방출되는 자외선을 이용하는 조명장치도 있는데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던 ‘형광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자외선이 등의 안쪽에 묻은 형광체를 때려 가시광선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원리는 이제 조명을 뛰어 넘어서 디스플레이 기술에까지 응용된다.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이 그 선두 주자다.

디스플레이의 컬러 영상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빛의 삼원색이 필요하다. PDP는 세 가지 종류의 초소형 형광등을 이용한다. <그림> 의 PDP의 단면 구조에서, 불과 높이 0.1~0.2㎜, 폭 0.3㎜의 작은 방 3개가 PDP 화면을 구성하는 하나의 화소(픽셀)를 이룬다. 이 작은 방 안에 제논(Xe)과 헬륨(He), 네온 등의 가스를 집어 넣고 전압을 가하면 형광등과 마찬가지로 방전 플라스마가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자외선이 각 방의 벽에 붙어 있는 세 종류의 형광체를 때리면 빨강, 녹색, 파랑의 삼원색 빛이 발생하는 것이다. 세 개 형광등의 발광량을 조정하면 화소별 색상이 결정되고 우리가 원하는 컬러 영상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PDP의 영상은 수백 만 개의 초소형 형광등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빛의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PDP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100인치를 초과하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벽걸이가 가능한 박형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과 매우 자연스러운 색상을 넓은 시야각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동기술과 발광효율도 계속 향상돼 초기 문제로 지적됐던 발열 및 소비전력도 크게 개선된 상태이다. 게다가 LCD TV와 PDP TV 사이의 가격 경쟁이 놀랄 정도로 급속히 진행되면서 몇 년 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 고가였던 PDP TV, LCD TV를 이제는 큰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평판 디스플레이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고 있는 셈이다.

고재현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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