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초 국회에 제출한‘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1년여 만인 21일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본 회의로 넘겨진 것을 두고 개운찮은 뒷말이 무성하다.
이 법안은 소비자단체가 제품 사용 등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을 대신해서 기업을 상대로 단체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재경위 의원들은 법안 심의과정에서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비자단체수를 정부안인 7개보다 훨씬 많은 1,133개로 늘렸다가 다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의 반발에 부딪쳐 145곳으로 크게 줄이는 등 갈팡질팡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단체소송을 낼 수 있는 소비자단체가 크게 줄어들면서 이 법안이 발효된다 하더라도‘소비자 권익 찾기’라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국회가 소비자 보호법을 개정하는데 소비자보다는 기업측을 먼저 고려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소수의 목소리에 그치고 말았다.
국회가 정말 이 법을 제대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정부안의 헛점을 좀더 적극적으로 파고 들었어야 했다. 무엇보다 정부안은 금전적 피해보상을 단체소송대상에서 제외했다.
소비자단체가 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기껏 상품 판매중지나 약관 변경 정도다. 피해 배상도 못 받으면서 지리한 소송을 감행할 소비자나 단체가 얼마나 될까. 또 약관변경 정도는 소송 없이도 정부가 감시ㆍ감독을 강화해 충분히 행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심 의원은 금전적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 집단소송제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하지만 재경위의 대다수 의원들은 이 법안은‘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며 논의 테이블에서 아예 내려 버렸다. 정부도, 국회도 소비자 보호를 논의할 때조차 소비자보다는 기업들을 먼저 고려하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
경제산업부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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