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학년도 수시 2학기 논술고사 심의 결과 발표가 있던 21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에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가 들어섰다. 대입시 업무 담당 부서인 대학지원국의 K국장이었다.
브리핑전 일부 기자들이 슬쩍 운을 뗐다. “중요한 사안인데, 적어도 차관보 정도가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교육부의 입시 관련 주요 브리핑은 통상 차관보 몫이다.
K국장은 “차관보는 논술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여하지 않아 내용을 잘 모른다”는 답을 내놓았다. 대학업무 보고라인의 사실상 최고 결정권자인 교육부 차관보가 교육계의 핫이슈인 논술고사 심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K국장은 준비된 보도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15분여동안의 ‘보도자료 읽기’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 차례가 왔다. “정부가 정한 논술가이드라인을 명백히 위반했는데도 단 1곳의 대학도 제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솜방망이 징계 아닌가요…” 잠시 머뭇거리던 K국장은 이렇게 답했다.
“교육부가 논술기준을 발표했을 시점에 이미 상당수 대학이 2006학년도 논술고사 문제 유형을 수험생들에게 공지했기 때문에 대학들이 사전 예고한 내용을 변경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봐줬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는 “위반 대학이 올해에 다시 적발되면 행정적, 재정적 제재가 취해질 것”이라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한 사립대 관계자는 찾아간 기자들에게 “심의 결과는 일단 수용하겠지만, 내용에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논술가이드라인을 규정대로 지키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다른 대학 입학 관계자는 “대학이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려면 차별화 한 ‘전략’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논술가이드라인을 대하는 교육부와 대학의 생각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도는 하루였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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