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英 판타지소설 작가 클리프 맥니시 한국 작가들과 인터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英 판타지소설 작가 클리프 맥니시 한국 작가들과 인터뷰

입력
2006.02.27 01:03
0 0

영국발(發) 판타지소설이 세계 문학 출판시장을 휘젓고 있다.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J.R.톨킨과 조앤 롤링이 있고, 또 한 사람, 클리프 맥니시가 있다.

‘둠스펠 시리즈’로 국내에도 이미 마니아 그룹을 형성한 그를, 제4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들이 만났다. 13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에 있는 영국문화원 리셉션룸에서 90여분간 이어진 좌담 내내 그는 영국 판타지문학의 힘의 근원이 서구의 신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동ㆍ서양을 넘어서는 보편의 메시지에 있음을 강조했다.

맥니시는 영국 판타지 소설에 대한 세계적 반향이 영미의 문화적 프리미엄에 기인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판타지의 역사는 동, 서양이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미국의 테리 브룩스라는 작가에 의해 성인 판타지가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은 불과 3년 전의 일”이라며 “한국 판타지 역시 서양에 비해 늦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리포터’를 예로 들었다. “해리포터의 주인공이 전형적인 영국 학생의 모습이고 내용도 영국적이지만, 한국 등 여러 나라의 독자들은 그런 지역적 차이보다는 보편적 메시지에 공감합니다. 보편적 공감대의 형성 없이는 국제적 성공을 이룰 수 없습니다.”

최근의 붐을 타고 국내에서도 판타지 소설 창작 열기가 뜨겁다. 청소년들의 작품이 인터넷에 올라 독자층을 형성하고 몇몇은 책으로 나와 베스트셀러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 대다수가 클리셰의 반복인 것도 사실이다. 어두운 세계, 뛰어난 주인공, 선악의 이분법적 대결 등등…. 또 어쩌면 판타지 문학 자체에 그 같은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맥니시는 영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영국의 판타지, 특히 어린이용 판타지 문학 역시 90%가 톨킨의 세계관과 작품 형식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풍이 장르의 형식이 돼버린 셈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어쩌면 판타지를 읽는 일이 그런 클리셰를 즐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의 ‘둠스펠 시리즈’는 마녀들의 판타지다. 왜 하필 마녀이고 여자인지를 묻자, 그는 대뜸 한국의 처녀 귀신 이야기를 꺼냈다. “마녀는 서구문화에서 전통적인 악역입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귀신이 있지 않나요? 여우(구미호)귀신이나 처녀귀신 같은. 스즈키 코지의‘링’연작에 나오는 동양 귀신에 대해 우리도 공감합니다. 둠스펠의 마녀도 구미호나 링의 여자귀신처럼 초자연적 대상일 뿐, 그 성별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는 작품을 쓰는 동안 가장 집중하는 것은 인물 형성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작품인 만큼 그 주제에 도덕성(morality)이 부각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가끔 받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인물과 줄거리를 통해 그러한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게 독자를 배려하는 글쓰기라고 믿습니다.”

끝으로 그는 문학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 젊은 작가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지역적 문화 구분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바랍니다. 한국적 판타지가 성공한다면 세계적 반향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입니다. 여러분 같은 젊은 작가들의 분발이 절실합니다. 오늘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 줄 한국 문학을 기다리겠습니다.”

정리=임태훈(제4회 대산대학문학상 평론부문 수상자)

▲ 클리프 맥니시는

영국 잉글랜드 출신인 클리프 맥니시(44)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과 함께 판타지 문학의 붐을 선도하고 있는 작가다. 정보기술(IT) 분야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쓴 소설'둠스펠 트릴로지'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둠스펠 트릴로지'는 마법 소년들을 모아 지구 정복을 노리는 마녀에 맞서 싸우는 남매의 이야기로, 한국 등 16개국에서 번역ㆍ출간(문학수첩)됐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 경험을 살려 '성공적인 판타지 쓰는 법''어린이를 위한 창작교실'등의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으며, 2003년 대산문화재단과 주한영국문화원이 주최한 '한영 판타지문학 포럼'에 참가하기도 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