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0일 자민련 김학원 대표와 만나 당대당 통합을 전격 선언했다.
김 대표의 체면을 감안, 당대당 통합이라고 발표하긴 했지만 자민련을 해산하고 김 대표가 한나라당에 개별 입당하는 방식이라 사실상 한나라당이 자민련을 흡수하는 것이다.
이로써 1995년 5월에 창당, 현재 가장 오래된 정당인 자민련이 10년9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자민련은 문민정부 시절 김종필 민자당 대표가 민주계의 사퇴압력에 반발해 몇몇 자파 의원들과 함께 탈당하면서 급조됐다.
자민련은 그러나 창당 한달 만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충청 3곳과 강원 등 4곳에서 시도지사를 당선시키는 돌풍을 일으킨 뒤 이듬해 15대 총선에서도 지역바람을 업고 50명을 당선시켰다. 자민련은 이후 97년 DJP 후보단일화로 공동여당의 위치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자민련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17석에 그치며 비교섭단체로 전락하는 등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DJ정권과 결별해 독자생존을 모색했지만 지역정당, 수구정당의 이미지를 벗는데 실패, 2004년 17대 총선에서 4석에 그치며 몰락했다. 10선 도전에 실패한 JP도 이때 정계를 은퇴했다.
이후 김학원 의원이 4석의 미니정당 대표직을 물려받았으나 얼마 후 심대평 충남지사가 국민중심당을 창당하고 3명의 소속 의원들도 옮겨가는 바람에 존립의 위기를 맞았다. 김 대표는 결국 국민중심당과 한나라당을 놓고 저울질을 거듭하다 한나라당을 택했다.
박 대표와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통합선언문을 발표, “좌파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대통합에 나서기로 했다”며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양당의 통합은 독자생존이 무망해진 자민련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 표심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한나라당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민련의 수구적 이미지가 오히려 한나라당에 감표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이번 통합이 충청권 밖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입당으로 한나라당 의석 수는 127석이 됐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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