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군이 퇴색해 가고 있는 백제 왕도(王都)로서의 명성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백제 브랜드’ 부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남 부여는 백제 성왕부터 6왕 123년간 도읍한 왕도로 지역전체가 역사박물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보 9호 정림사지탑과 287호 금동대향로 등 국보와 보물 등 각종 문화재 196점을 보유하고 있어 한때는 관광객과 수학여행 학생들이 붐비던 곳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발견되는 유물 등으로 개발에 제약을 받으면서 지금은 예전의 호황을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운 볼거리가 부족하다보니 관광객들도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유적지와 박물관 등을 한나절가량 둘러보고 숙박은 다른 곳에서 하는 등 스쳐가는 관광지로 전락해 지역경제가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위해 군은 유적복원과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한 특화사업에도 온힘을 다하고 있다.
백제역사재현단지는 규암면 합정리 일원 100만평에 조성되고 있다. 2001년까지 3,771억원을 들여 역사문화관과 왕궁촌 등 7개 기능촌이 갖춰지며 백제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재현하게 된다.
독특한 아이디어 개발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궁남지에 들어선 연꽃공원.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 궁남지 주변에 연꽃을 심은 후 2003년부터 열리고 있는 연꽃축제는 지난해 88만명이 다녀가는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연꽃 탐방코스로 자리잡았다. 백제문화 명성 회복을 위해 60억원을 들여 충화면 가화리에 만든 ‘서동요’ 세트장에도 주말 1만5,000여명의 이용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군은 세트장 주변에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테마 공원과 백제의 과학과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 계백장군의 무예정신을 경함할 수 무예촌 등을 조성해 테마공원으로 꾸미기로 했다. 군은 앞으로 연 60억원의 소득유발효과와 144억원에 달하는 부가가치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내 공원과 거리도 백제 브랜드로 일치시키고 있다. 궁남지 공원을 서동공원으로 바꾼데 이어 군수리 송림공원은 선화공원으로, 금성공원은 계백공원으로 개명했다. 시내 진입로를 성왕로로 바꾸고 주요 간선도로명도 계백로 사비로 백강로 등 백제와 관련된 것으로 붙였다. 이 같은 노력을 발판삼아 부여군은 ‘백제역사문화 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경주에서 열리는 문화엑스포에 버금가는 엑스포를 통해 백제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취지다.
김무환 군수는 “백제의 문화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백제문화의 국제화를 위해 앞으로 국제적인 홍보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김무환 부여군수 "농산물 굿뜨래·문화체험 승부수로"
김무환(58) 부여군수는 '굿뜨래' 군수로 통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부여군의 농산물브랜드인 '굿뜨래'를 홍보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최근들어 백제문화의 부활을 소리높여 강조하고 있다.
그는 "부여가 백제의 옛 도읍지로서의 명성을 점차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왕도로서의 정체성을 살리고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백제 마케팅을 활성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유행하는 농촌체험 프로그램보다는 관광객들이 직접 백제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백제역사 체험'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제시대 최고의 가마터인 장암면 와요지에서 도자기와 백제 와당을 직접 만들어보고 충화면 무예촌에서는 계백장군의 무예와 군사전략을 경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백마강에는 황포돛배를 띄워 백제의 푸근함을 맛보게 하고, 낙화암 건너편에 번지점프장을 만들면 삼천궁녀의 심정을 간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가 자랑하는 굿뜨래 농산물의 품질관리를 철저히 해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한편 백제문화엑스포를 통해 백제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각오도 피력했다.
김 군수는 "부여의 경제를 지탱하는 두 축은 백제문화와 굿뜨래 농산물"이라며 "앞으로 두 명품의 세계화를 통해 지역발전을 앞당기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부여=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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