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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띠 매는 'KTX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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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띠 매는 'KTX의 꽃'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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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속철도(KTX) 여승무원. 2004년 1월, 13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올 때만 해도 ‘고속철의 꽃’, ‘땅 위의 스튜어디스’로 불리며 젊은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2년이 흐른 지금 이들은 빨간 띠를 머리에 동여매고 다음달 1일 시작되는 철도노조의 파업에 참여한다.

KTX 여승무원은 비정규 파견 근로자다. 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 소속의 1년 단위 계약직이다. 이들의 파업 목적은 철도공사 정규직 전환이다.

KTX 여승무원 노조는 “고속철 초기에 철도공사 고위 관계자들이 ‘준공무원화와 정년 보장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공기업인 철도공사는 외주를 통한 인건비 삭감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업무의 공공성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며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승무원 A씨는 KTX 개통 멤버다. 지난해 2기 후배를 받은 뒤 철도유통이 내민 희한한 급여 계산법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치민다. “일한 지 1년이 지났고 후배도 왔으니 당연히 월급 인상을 기대했는데…. 우리가 너무 순진했던 거죠.” A씨의 바람과 달리 회사는 1기의 월급 인상 대신 2기의 월급을 깎아 1기의 경력을 인정해 줬다.

회사는 “이것이 바로 경영의 묘다. 우리도 남겨야 살 거 아니냐”고 말했다. 목포가 고향인 승무원 B씨는 2년째 타향살이 신세다. 고속철 개통 직전에 목포 사무소가 폐쇄돼 울며 겨자먹기로 서울로 올라왔다. “힘들죠. 월급으론 집세와 생활비도 빠듯해요.”

철도공사가 승무원 월급으로 철도유통에 주는 돈은 개인 당 248만원. 그러나 철도유통이 관리비로 30%를 가져가고 각종 공제금을 빼고 나면 승무원은 140만원 정도를 받는다. 근무 환경도 열악하다.

한 열차에 승무원 정원은 3명이지만 부족한 인원 탓에 요즘은 2명이서 객차 18량의 승객 1,000여명을 담당하느라 잠시 앉을 새도 없다.

생리 휴가나 병가는 엄두도 못 낸다. 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에 대한 위탁 사업권을 자회사인 KTX 관광레저로 바꿀 예정이다. KTX 관광레저는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부실 경영을 이유로 퇴출 권고를 받았다.

물론 여승무원들의 파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시민을 볼모로 한 행위는 명분이 무엇이든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또한 “고용 조건에 대해 이미 다 동의하고 계약서를 썼을 텐데, 왜 이제 와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많다.

철도공사의 김천환 여객사업본부장은 “공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며 “여승무원들이 자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돼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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