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무역협회 차기 회장에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장관이 선임됐다. 중소 무역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무역인포럼이 독자 추천한 회장 후보에 대한 찬성 재청이 없어 경선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무협 회장 선임과정은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교훈을 남겼다.
정부가 아무리 ‘청와대 내정설’을 부인한다 해도 이 전 장관의 무협 회장 내정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물러나는 김재철 회장이 수개월 전부터 “부회장들 중 능력과 경륜을 갖춘 분이 많으며, 차기회장은 회장단 내에서 나오는 것이 순리”라고 밝혀왔던 점만 보더라도 차기 회장 추대가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음은 알 수 있다.
회장 내정설에 당황의 빛을 감추지 못했던 회장단이 부랴부랴 이 전 장관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노조가 지지의사를 밝혔지만 이번 논란은 없었던 일처럼 잠재워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대표적 민간 경제단체 회장에 관료 출신 인사를 내정한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국가 주도의 수출 드라이브정책이 불가피했던 1970~80년대에는 총리나 부총리 출신이 회장을 맡았으나 1991년 이후 민간 자율경영의 흐름에 따라 민선 회장들이 무협을 이끌어왔다.
정부 산하기관도 공모제로 CEO를 선발하는 시대에 민간 경제단체 회장을 정부가 내정, 빅3 자리를 모두 정부 관료 출신이 장악하게 됐으니 회원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회장 선임이 끝났다고 뜨거웠던 논란을 찻잔 속 태풍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불만, 경선을 주장하는 내부의 목소리는 반드시 수렴되어야 한다. 거대 자산을 밑천으로 수익사업에 매달려 회원사들의 애로사항 해소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 또한 귀담아 들어야 한다.
신임 회장이 무역업계 사정을 잘 아는 관료 출신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낳는 낙하산인사의 관행을 끊는 일이 최선임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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